[자동차문화] (9) 환경의식의 후진성..이각범 <서울대교수>

사회학자 옥번(Ogburn)의 문화직체론이 있다. 한 사회가 다른 사회로부터 물질문명은 쉽게 받아들일수 있으나 문화는 더디게 받아들이므로 물질과 문화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시차가 생기게 된다는 이론이다. 오늘날의 표현으로 옮겨 쓴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에 발전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옥번 자신의 견해와는 무관하게 이 이론을 후진국 업신여기는 무기로 쓰는일부의 응용도 있었다. 너희들 후진국에서 우리 물건 들여가봤자 격식에 맞추어 쓸수 있겠는가 하는 조롱같은 것이다. 이제는 사회학 개론서에 조차 잘 등장하지 않는 몇십년전의 이론이 공교롭게도 오늘날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자동차문화 사이의 발전격차는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서구에서 자동차 운전교육을 받은 사람이 운전대에서 가장 먼저 교육받는것은 방향지시기의 작동이다. 면허시험을 받을 때에 처음 테스트받는 것도방향지시기 사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반해 경음기 사용을 제일 먼저 배운다는 어느 자동차 전문가의 조롱섞인 견해도 있다. 우선 어릴때부터 자동차라면 "띠띠빵빵"이라고 배우니까. 우리나라 자동차문화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서구와 일본등 선진국에 비해뒤쳐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환경에 대한 인식이다.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이면서, 환경파괴의 주범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사용하면서도 환경파괴는 가능한한 줄이고자 하는 것이 자동차생산자와 운전자의 지혜이며, 이를 익힌 것이 선진적 관행이다. 경음기 사용의 심각함은 앞에서 말한바와 같다. 영화에서도 후진국 도시장면이 나오면 경음기 사용이 빈번한 음향배경이 나오지 않는가. 그러나 경음기보다 더욱 심각한 환경공해가 대기오염이다. 환경에 대하여 무딘 신경을 보이는 우리나라 도시계획을 차지하고라도 운전자의 관행이 더욱 문제다. 그중에서도 정지중인데도 엔진을 끄지 않는 경우가 답답하다. 심지어는 엔진을 켜고 RPM이 1,000이하로 내려가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무지막지한 주장을 하는 경우까지 자주 보게된다. 이러한 관행이 분명히 후진국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동차 보유대수만 가지고 선진국이 될수는 없다. 적절한 자동차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선진국민이 갖고 있는 안전의식과 환경의식을 우리가 갖출수 있는가의 여부가 선진적 자동차문화를 이룩할수 있는가의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