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번째 시집 '물길' 펴낸 김광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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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엣것보다 나쁜 새것이 좋다" 독일의 희곡작가이자 시인인 브레히트는이렇게 말했지만 흰머리가 늘어갈수록 지나간 옛것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수없나보다. 시인 김광규(53)씨가 90년 가을 이후 발표된 시 67편을 모아 여섯번째시집 "물길"을 펴냈다. 일정한 거리에서 사진을 찍듯이 대상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특이한 시적문체를 보여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사라지고 늙어가는 것들에 대한감상과 죽음을 담담한 어조로 묘사하고 있다. "20여년간 시를 써오지만 쓸때마다 늘 처음이자 마지막같은 기분"이라는 시인은 이번 시들은 늙어가는 것에 대한 우울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소개한다. 이시들은 시인이 주위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가슴아픔과늙어가는 자신에 대한 감정을 과장할것도 숨길것도 없이 잔잔하게 보여주고있다. "골목길을 천천히 내려가는 뒷모습/멀어져가는 나의 자동차/폴로의 뒷모습도 보인다/창가에서 배웅해주는 아무의 눈길도 없이/혼자서 떠나가는 뒷모습/날마다 조금씩 사라져가는/시간의 뒷모습이 보인다"("헤르멜린 골목길" 일부) 60년대에 대학생활을 보내고 7~80년대에 시를 쓴 시인은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세대에게 좋은 옛것에 대한 얘기도 들려준다. "형처럼 믿고 싶은 선배/밤새워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아들처럼 돌보아주고 싶은 젊은이/옛날에는 있었는데/웃음 섞인 눈길/따뜻한 물 한 모금/옛날에는 있었는데"("형이 없는 시대" 일부) 김시인은 "글이란 술익듯 익어야 하는데 설익은 시들을 내놓는 것같아 부끄러운 느낌도 든다"며 "일상 생활에서 느낀 생각의 편린들이 시의 소재"라고 말한다. 그는 또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의 산뜻함이 보기 좋지만 사물의 이면을투시하는 진지함이 사라져가는 세태가 안타깝기도 하다"면서 "시인으로 20년이 되는 내년에는 산문집을 내고 독문학과 교수로서 한독문학교류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