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리포트] 동숭아트센터 '오레스테스 I - 귀환'

"이게 세번째 폭풍우로구나. 첫번째 폭풍은 어린아이를 죽이면서 타이에스테스에게 불행을 안겨줬고 두번째 폭풍은 전쟁의 영웅 아가멤논을 죽였으며 이제 마지막으로 딕친 폭풍은 우릴 구원해줄 것같았는데. "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여신을 피해 퇴장하고 6명의 코러스가 복수와살해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읊으면서 불이 꺼진다. 고요한 가운데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터지고 막이 내릴 때가지 잦아들 줄 모른다. "오레스테스 I -귀환"(김창화역 이병훈연출)이 공연되는 서울동숭동동숭아트센터소극장은 극의 내용이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가득찼다. 끝없이 무엇인가 선택하며 살아야하는 인간의 운명,정의의 본질,죄와그에따른 응징,신과 인간,피비린내나는 보복의 역사,벗어날수 없는 인간의 굴레. 잊은 듯이 살아가지만 결코 떨쳐버릴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을진지하게 고찰하게 하는 자리였다. 우리극연구소가 해외극의 수용이라는 기치아래 극단 전설과 함께 내놓은"오레스테스 I -귀환"은 고대그리스작가 아이스퀼로스의 7시간짜리 대작"오레스테스 3부작"을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한작품. 1부의 어머니가 남편을 죽이는 살해장면을 회상으로 3부의 아버지의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후 미쳐서 복수의 여신에게 쫓기는 장면을환상으로 처리, 2시간짜리 우리극으로 꾸몄다. 서양연극의 원형인 희랍극을 우리극의 원형이라고 할수있는 굿에 접목시킨 독특한 양식으로 만들었다. 또 관객들을 무대 양쪽에 앉히고 그사이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형식으로 무대를 꾸미고 무대장식 또한 흰광목으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정당한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어머니의살해범이라는 파멸이었던 오레스테스의 비극적인 운명이 단지 2천5백년전의 상징적인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것은 오레스테스의 선택에 대한 고뇌가 오늘날 현대인에게도 계속되고 있는 때문으로 보인다. 웃기지 않고 벗기지 않아도 좋은 작품은 관객을 모은다는 소박한 진리가새삼 느껴지는 무대였다. "오레스테스 I -귀환"은 7월3일까지 공연된다.평일 7시30분(월 휴관)금토일 4시30분 7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