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가전쟁] (8) 기로에 선 주류판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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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전쟁시대의 도래와 함께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은 주류전문판매업계다. 주류전문판매점들은 6조4천억엔에 이르는 일본주류시장의 60%가량을 장악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체인을 형성하고 있는 일반유통업계와는 달리 대부분소규모 독자점포라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따라서 대형유통업체들의 저가공세와 중소업체들의 유통동맹결성등으로 가장 곤란한 입장에 서게 된 것은 바로 이들이다. 상품구색이 단순한데다 가격인하추세를 따라갈 능력도 없기 때문에 어느날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지 모르는 형편이 됐다. 주류전문업계가 급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이같은 입장에서 기인한다. 주류전문업계의 변화는 낙후돼 있는 체인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최대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체인화는 크게 3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편의점체인에 흡수되는 형태 둘째는 할인점에 편입되는 형태 나머지 한가지는 같은 처지의 점포들끼리 모여 스스로 유통동맹을 결성하는것이다. 주류전문점들을 가장 드세게 공략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저가전쟁무드를자사의 세력확대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편의점체인들이다. 세븐일레븐 로손 상크스등 주요편의점체인들이 모두 주류전문점들을 제일의타케트로 설정, 경쟁적인 포섭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상크스는 주류전문점들이 체인에 가입할 경우 술판매부문에 대해서는로열티도 받지 않는 특혜까지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체인들이 주류전문점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이주류소매면허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사이에는 고객흡인력과 매출실적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계산에 넣고 있는 것이다. 주류전문점들의 급속한 체인화는 개별점포들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과 대형체인점들의 이같은 계산이 합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에따라 편의점체인들의 술판매점포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해까지만해도 회원점포중 술을 판매하는 곳의비율이 30%대에 머물렀으나 최근엔 41.1%를 기록하고 있다. 로손도 지난해말보다 2.5%포인트 늘어난 17.5%를 나타내고 있다. 상크스의 경우는 현재 이비율이 53.2%에 달해 전체의 절반이상이 술을 취급하는 점포로 구성돼 있다. 저가전쟁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유통업계의 중요한 일각을 차지한 디스카운트점들도 FC(프랜차이즈)계약등을 통해 급속히 다점포화를 이뤄가고 있다. 슈어 리쿼즈사(동경)는 시가, 시즈오카, 아키다, 나가노현등에 계열점포를확보했고 하내옥주판(동경)은 사이타마, 야마나시현등에 야마야(미야기현)는동경및 사이타마현등에 각각 판매망을 확충했다. 시타노주점(지바현)의 경우는 독특한 방식으로 가맹점포를 늘리고 있다. 상품반입원가를 낮춰주면서도 가맹이 무료고 탈퇴도 자유로 하고 있는 것. 가맹점이 지는 의무는 월20만엔의 광고비와 광고에 게재된 상품을 전면에진열해 파는 것뿐이다. FC계약에는 보통 1천만엔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공짜나 다름없어 가맹신청이 이미 1백건을 넘었다. 편의점체인이나 디스카운트점에의 흡수에 반발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자체적인 유통동맹이다. 대표적인 것은 가나가와현에 사무국을 둔 화 회. 지난 4월 결성돼 전국 1백60여주류전문점들이 가입하고 있다. 화 회는결성이후 맥주의 공동구입을 실시 반입가를 상당폭 끌어내렸다. 그러나 맥주의 공동구매만으론 대형유통체인에 대항하기 어려워 쌀생산농가와 계약을 맺어 특별재배미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들은 주류전문점들의 홀로서기가 더이상은 힘들어졌음을 보여준다. 가격전쟁의 물결은 주류의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고 있는 셈이다. (이봉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