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15) 제2부 정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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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를 들은 이토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망설여졌다. 본처와 이혼을하고 새장가를 들다니, 생각해 보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고우메와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관계로 있을 수도 없었다. 어차피 매듭을 지어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면 평생의 반려로 아무래도 고우메 쪽을 택해야 할것 같았다. 단순히 여자로서 비교해 보아도 아내보다고우메가 월등히 나았다. 결국 이토는 결단을 내려 본처와 이혼을 하기로 하였다. 고향을 찾아가어머니에게 솔직하게 얘기를 했더니, 고도코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지었다. "아니, 너 정신이 있니, 없니? 게이샤를 아내로 맞아들이겠다니, 그게 말이돼? 멀쩡한 아내를 두고서..." "비록 게이샤지만, 고우메는 내 운명의 여자예요" "뭐? 운명의 여자? 그게 무슨 소리지? 내사 도무지 알수가 없구나" "어머니,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 고우메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라구요. 지난해 봄이었어요..." 이토는 고우메와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일년전 그날의 일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녀의 치마속에 숨어서 목숨을 구하게 됐다는 쑥스러운 사실까지 숨김없이 밝혔다. 그리고 그녀가 비록 게이샤지만 수처녀였다는 것까지 얘기했다. 그제야 고도코는 깊이 생각에 잠기는 표정이더니, "그렇다면 나로서 반대를 할수가 없구나. 네 마음대로 해라" 하고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며느리에 대한 설득을 고도코가 했고, 이리에도 결국 눈물을 흘리며그렇다면 물러가 주겠다고 보따리를 쌌다. 빚을 갚아준 나카즈야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양가의 가족은 물론이고,친지들도 다수 참석하여 제법 성대한 축하분위기를 이루었다. 조후번에서 이스미주로에게 세 사람의 암살을 중지하라는 명령이 내려자객들이 시모노세키에서 물러간 뒤여서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거행한이토는 두번째 신혼생활을 마음놓고 즐길수가 있었다. 기다 우메코. 고우메의 본명이었다. 나중에 수상을 네차례나 지낸 이토 히로부미의 부인, 즉 퍼스트레이디가 된 그녀는 이름난 현부인으로 자기의 몫을 어느 다른 수상부인 못지않게 잘 해냈다. 심지어 틈틈이 영어를 공부하여 서양 외교관들과 능통한 영어 회화를나누기까지 하였다. 일기장에다가 우메코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내고나서 이토는 잠자리에들려다가 어쩐지 쉬 잠이 올것 같지가 않아서 갑판으로 나가 밤바람이나 좀쐬려고 선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