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관료] (26) 제3편 정책수립 메커니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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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관계법 개정작업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지금 당장 옷을 벗어도 여한이 없겠다" 노동부 중견관료 S과장의 말이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법개정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마도 금년내,어쩌면 내후년까지도 개정안은 먼지만 뽀얗게 뒤집어 쓰고 있을 게고. ''정통 노정관료가 돼보리라''던 S과장의 꿈은 이렇게 체념상태에 빠져있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S과장은 그 까닭도 안다. 예컨대 복수노조를 허용할라치면 노총의 반대에 부딪칠게 불문가지. 제3자 개입금지조항을 철폐한다면 재계가 방관않을게 분명하다. 변형근로제를 도입한다면 그 자체가 노동쟁의의 빌미를 줄수 있다. "노동관계법 개정, 그건 헌법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더 힘들 겁니다"(노동부 K과장)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건 정부정책에 대한 이해집단의 반발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요즘엔 무슨 정책이라도 좀 세워보려면 갖가지 이익집단과 학자 시민단체언론 연구기관 등이 그야말로 벌떼같이 들고 일어난다. 사회 각계각층의 제몫찾기가 문민과 무슨 ''등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등식이 성립된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반발의 수용과 설득에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집단간의 갈등조정력을 잃고 있다는 얘기도된다. 그저 시류따라 이렇게도 흘러가고 저렇게도 흘러가는 것, 좀 심하게표현하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두루뭉실형''이 문민경제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책은 자연히 일관성을 잃고 누더기가 되기 일쑤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둘러싸고 개방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정해야 할지 원칙도 없이 농민들에게 몰리고, 미국 등 서방등쌀에 압박당한 끝에 나온 ''조건부 농산물개방정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물가정책도 마찬가지다. 작년말 취임한 정재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물가현실화''를 소신으로 밀어붙일 기세였지만 이런저런 ''요구''를 모두정책으로 용해시키다 보니 원론에도, 현실에도 충실치못한 어정쩡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