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한국가구 경제활동연구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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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영학자는 현대를 "단절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현대사회가 그만큼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연령 지역 성별등으로나뉜 다양한 집단사이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럴수록 현대사회의 구성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수집및 축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같은 필요성은 급변하는 경제환경속에서 경제정책을 펴야 하는 정책당국이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장해야 하는 기업은 물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편견없이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개인들에게도 공통된 것이다. 특히 다음 몇가지 점에서 대우경제연구소가 전국의 4,547가구를 대상으로국민생활을 조사한 "한국가구 경제활동연구"(본지20일자1면 머릿기사보도)의 의의는 작지 않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연구기관에서 많지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기초자료를 수집축적한다는 점이다. 많은 기관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기초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자기주장만 내세운 경우가 적지 않았던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때 별로 생색나지 않는 기초자료수집에 나선 것은 우리사회가 그만큼 성숙해진증거로 볼수 있다. 둘째로 조사방식이 패널(panel)조사라는 점이다. 통계조사는 특정시점의 다양한 계층을 조사하는 횡단면(cross section)조사와 특정변수의 시간적변화를 추적하는 시계열(time series)조사로 크게나뉜다. 패널조사는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똑같은 조사대상표본을 계속적으로조사하는 방식으로 횡단면자료와 시계열자료를 결합(pooling)시킨 자료를얻게 된다. 이같은 패널자료는 우리사회처럼 같은 조사대상표본이라도 시간이 감에따라 급격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경우 변화과정및 다양한 변화요인의상호작용등을 분석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셋째는 조사결과가 새삼스런 사실은 아니지만 흥미있는 내용을 담고있다는 점이다. 그중 몇가지만 들면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민간기업에 비해 좋은 직장으로꼽히고 있다든지, 고소득층일수록 이웃과 접촉이 적다든지, 많은 가구들이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보다 나은 공동체형성 경쟁력강화, 인재양성등을 위해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지않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유의해야할 점도 없지 않다. 당장 특정사안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기초자료의 성격상 조사기관의 객관성여부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조사대상표본의 대표성, 결과해석의 유의성등은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특히 똑같은 조사대상표본을 계속해서 조사해야 하는 패널조사의 경우에는이런 문제에 더욱 주의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