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합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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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추창근 ]]] 이웅렬코오롱그룹부회장(38)의 후계경영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부회장은 지난 7월초 구미 경산등의 지방사업장을 처음으로 순회, 현장경영에 나선데 이어 최근에는 그룹의 주력기업인 (주)코오롱의 대표이사사장까지 겸임하면서 경영전반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이동찬회장의 외아들로 경영권의 조기승계가 점쳐져온 이부회장이 이제 스스로의 경영철학과 그룹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경영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를 코오롱빌딩 17층부회장실에서 만났다. -(주)코오롱사장취임후 더 바빠졌겠습니다. "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룹경영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자리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기업조직 깊은 곳의 생리와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고 경영자가 진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느낀 점이라면. "창업후 40년가까이 되는 동안 조직의 노쇠현상이 나타나 "복지부동"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임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적극적인 사고가 결여돼 문제해결의 핵심이 자기라는 것을 모르고 있고 간부들 스스로가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을 특별한 일로 치부하는 경향마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조직의 역동성이 없어졌지요. 이것부터 고치기 위해 주눅들지 말고 적극적인 사고로 할말다하는 "허리펴기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제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나는 오너사장이니까 모든 책임을 다 질수 있다. 속으로 곪아 있는 것은 남김없이 파헤쳐서 고치도록 하자.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개혁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자성이 없으면 1류기업을 기약할수 없다고 봅니다." -무엇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지. "의식개혁이 가장 시급합니다. 우리 회사는 과거 "앉아서 장사하던"습관을 아직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피동적으로 끌려다니기만하는 기업체질을 만들고 임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결국 코오롱을 2류로 만들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이번에 구미공장의 노사분규를 직접 겪으면서 우선 자부심과 긍지를 불어넣는 것이 1류로 가는 의식개혁과 체질개선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를 위해 최고의 대우부터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임금을 대폭 올려주었습니다. 대신 최고의 자질,최고의 생산성을 요구했습니다. 조직의 기강을 세우기위해서는 중간관리층및 간부의 사기앙양도 중요하므로 앞으로 "하후상박"아닌 "하후상후"식의 임금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젊은 경영인으로서 평소 갖고있는 경영관은. "경영관이란 회사의 현실에 따라 바뀔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으로서는 확고한 "신상필벌"체제의 정착과 적극적인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입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고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이것만은 해낼 것입니다.일등의 대우로 모든 점에서의 최고를 요구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젊지만 회사의 최고경영자입니다. 코오롱의 가장이라는 뜻입니다. 가장은 식구들을 배불리 먹이고 제대로 키워야할 의무와 함께 가족구성원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야할 권리도 있습니다. 가족구성원인 근로자들의 요구는 모두 들어주겠지만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역행하는 부분은 단호히 배격한다는 것이 지론입니다." -최근 전략목표관리제도(KSMBO)를 통한 경영혁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무한경쟁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일등주의"와 "선점주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경영방침입니다. 그동안 우리 회사는 이것저것 벌려놓기만 했지 어느것하나 딱 부러지게 제대로 한것이 없었읍니다. 그래서 일등이 못된것입니다. 이제 각 사업부문이 미래 변화와 개혁의 주체로서 자생력을 가지고 경영혁신을 추진할수 있도록 벤치마킹(Bench Marking)을 통해 모든 부문의 전략목표를 구체화시키고 집중관리함으로써 업계 최고의 자리로 올라설 것입니다." -구체적인 개혁의 구도는. "당장 몇년의 실적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선 기업의 가치이념과 중심사업 경영컬러 조직풍토 사원의 품성 관리및 평가기준을 혁신, 체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내부지향적인 과거의 가치이념이었던 "보람의 일터"를 외부지향적인 "고객의 보람"으로, "섬유"가 중심이 된 사업구조를 "다양한 화학소재산업"으로,"내실.안정"위주였던 경영컬러를 "질중심의 성장과 도전"으로,"인정과 의리"가 강조됐던 조직풍토를 "경쟁과 능력중심"으로,"온유하고 보수적"특성이 뚜렷했던 조직분위기를 "근성과 개혁의지"가 두드러진 모습으로 바꿔나갈 것입니다. 이같은 새로운 기풍이 그룹전체에 확산되면 (주)코오롱의 사장직은 전문경영인에게 넘길 생각입니다." -경영대권승계는 언제쯤 이뤄질 것 같은지. "저는 아버지를 잘 만나 젊은 나이에 능력과는 무관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경영권승계는 늦을수록 좋다는게 일관된 생각입니다. "회장"보다는 "부회장"이 개혁작업에 앞장설수 있어 좋습니다. 아버님에겐 77세(이동찬은 현재 72세)까지만이라도 일선에서 활동하시는게 제가 효도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있지요. 그리고 "회장"이라는 직함이 중요한 것 아닙니다. 제가 가서 잘될 수만 있다면 사업본부장으로든, 부장으로든 어디에나 달려갈 준비가 돼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