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범위내 자금운용 요청..김 한은총재, 은행장 소집 의미

김명호한은총재는 16일 지난해 3월15일 총재취임후 처음으로 은행장회의를소집했다. 그리고 "하반기 은행의 민간여신을 신중히 운용해줄것"을 당부했다. 취임후 처음으로 소집한 회의라는 점이 시사하듯이 김총재의 "당부의말씀"은 당부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통화당국인 한은에서는 "통화의 안정적 공급기조를 유지할 터이니 각 은행에서도 최대한 협조해 달라"는 의지가 실려있는 것이다. 김총재가 "취임후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아가면서까지 은행장 회의를소집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최근 점증하는 물가불안요인을 해소하기위해 통화의 안정적 공급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것이 첫번째다. 또 다른 하나는 은행들이 지난7월달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 방만한 자금운용을 한다면 통화안정정책은 물건너간다고 판단,순수하게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김총재는 수요와 공급 두가지 면에서 물가불안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요면에선 국내경기의 확장국면지속및 이에따른 민간소비의증대를, 공급면에선 원자재가격상승을 물가불안을 야기하는 주된 요인으로꼽았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5. 2%상승,연간억제선인 6.0%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농수산물값이 오르고 있고 국제원자재가격이속등하는 추세여서 연말억제선 안으로 물가상승률을 잡아두기는 불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런 의지는 김총재가 밝힌 총통화(M2)공급규모에서도 나타난다. 김총재는 이날 하반기 통화공급규모를 10조원안팎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됐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규모다. 결코 적지않은 규모의 돈이 공급되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와 해외부문에서 터질것으로 예상되는 통화량이다. 해마다 추석과 연말이 겹친 하반기에는 정부부문 통화량이 늘어났었다. 게다가 올 하반기엔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확대등으로 해외부문에서 5조원가량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총재가 "민간신용공급이 절도있게 이뤄져야 할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7월하반월 지급준비금 마감날인 지난6일 나타난 "금융시장 경색"도김총재로 하여금 은행장회의소집에 나서게한 주된 원인이다. 지난 6일엔3년여만에 콜금리가 법정상한선인 연25%까지 치솟았고 서울소재 8개 투자금융사가 동시에 타입대를 일으키는등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됐었다. 이런 경색양상이 재현된다면 결국 안정적 통화공급은 힘들어진다는게한은의 판단이다. 실제 은행들은 방만한 자금운영의 결과를 "금리인상"이라는 무기로 고객들에게 떠넘겼다. 결국 재무부와 한은은 지난9일 정책협의회에서 통화정책에 신축성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을 미연해 방지하겠다는게 이날 회의소집의 주된 이유이다. 김총재가 말한 절도있는 자금운용의 핵심은 "조달범위내 운용"이다.조달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을 늘리거나 유가증권 운용을 확대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날 은행장회의를 계기로 은행들의 대출창구는 더욱 얼어붙을전망이다. 가계대출은 물론 중소기업에대한 어음할인까지 힘든 현재의상황이 당분간 계속될것이라는게 은행관계자들의 얘기다. 한은총재가나서서 "당부의 말씀"을 한 이상 은행장들도 어떤식으로든 "협조의제스처"를 쓸수 밖에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