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57) 제3부 정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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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적인 온건한 인물인 산조는 막부를 타도하고 유신정부를 수립하는데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이고와 오쿠보가 국정 수행에 있어서 곧잘 의견대립을빚어 암암리에 권력투쟁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어느 한쪽을편들어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 다 적당히 호의를 베푸는 그런 태도를취해오는 터였다. 그러나 이번에 조선국과의 긴장으로 정한론이 강력히 대두되자, 전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에서 사이고 보다는 오쿠보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것이었다. 실은 그래서 동래부와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자 당장의 정한론은 안된다는 입장인 오쿠보와 기도에게 급히 귀국하라고 통고를 했던 것이다. 산조는 그러나 오쿠보에게 사이고가 병든 몸이어서 마지막으로 살신보국을하기 위해 조선국에 가겠다더라는 그런 얘기까지는 입밖에 내질 않았다. 산조로부터 자세한 내막을 얘기들은 오쿠보는 아직 얼마든지 사이고의사신 파견 문제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구나 하고 회심의 심소를 지으면서도시치미를 뚝 떼고 사이고의 의중을 살펴보려고 귀국인사와 문병을 겸해서찾아갔던 것이다. 선물로 가지고 간 탁상시계도 실은 사이고에게 주려고 산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귀국 선물로 여러가지 물품을 구입했는데, 그 가운데 한개를 가지고방문했던 것이다. 그날 오쿠보는 사이고로부터 9월20일에 조선국으로 갈 예정이라는 말을들었다. 속으로 누구 맘대로... 싶었으나 한편 슬그머니 긴장이 되기도 했다. 사이고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쿠보는 이튿날 다시 산조를 찾아가 사이고의 그 예정일을알렸다. 그리고 구미사절단의 이와쿠라 전권대사에게 모두 시급히 귀국하라는 통고를 보내는게 좋겠다고 하였다. 산조는 쾌히 응낙했다. 그렇게 조치를 한 다음 오쿠보는 도쿄를 떠났다. 혼자서 말을 타고 훨훨 나그넷길에 오른 것이었다. 닥쳐올 가을 정국의 타개책을 강구하고, 나아가서는 국가건설의 원대한 구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늘의 구름을 따라 흘러가는 낭인처럼 시골길을 가면서 오쿠보는 곧잘 두눈에 눈물이 어리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일년반 동안 돌아본 구미 여러 나라에 비해서 너무나 뒤떨어져 보이기 때문이었다. 촌락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심지어 자연 경관까지가 그렇게 느껴졌다. "우리는 왜 이럴까. 아- 우리도 서양처럼 되어야 할텐데..." 한숨과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