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62) 제3부 정한론
입력
수정
보고를 마치고나서 이와쿠라는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구미 여러 나라는 한마디로 우리보다 백년, 이백년 앞서간것 같아요.놀라운 문명을 이룩했더라구요. 그들을 뒤쫓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힘을 국가 건설에 집중시키지 않으면 안돼요. 한눈을 팔아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그런데 귀국을 해보니 엉뚱하게도 조선국을 정벌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으니 이거 정말 야단이에요" 그 말을 받아 이다가키가 입을 열었다. "엉뚱하게라니 당치도 않은 소립니다. 조선국을 정벌하지 않으면 안될충분한 까닭이 있다구요. 서양을 다녀온 보고를 했듯이 이번에는 그동안에조선국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외무경이 보고를 하는게 옳겠군요. 자세한얘기를 들어보면 결코 조선국을 용서할수 없다는 걸 알게될 것입니다" 외무경인 소에지마 다네오미 역시 정한론자였다. 그는 그동안 조선국의 동래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상세히 늘어놓은 다음, "지금까지 우리는 조선국이 청나라의 속국인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내가 청나라에 가서 알아본 바로는 속국이 아니라, 독립국이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조선국을 정벌해도 청나라는 별다른 관여를 안할 겁니다" 이런 말을 덧붙였다. 동래부의 전령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소에지마는 청나라 목종의 친정을 축하하는 사절로 파견되어 북경(북경)에 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청나라가 문제가 아니란 말이오.조선국과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서양 여러 나라가 가만히 있을것 같소?청나라 따위는 구미 제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오. 알겠소? 소에지마공은 외무경이지만 구미 여러 나라에 가본 일이 없어서 그런데,가보면 정말 놀랄 거요. 그리고 우리가 지금 전쟁 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남을 거요. 전쟁은 소모요. 우리는 지금 소모를 할 때가 아니라, 축적을 해야 할 때요. 국력을 축적해서 부국강병을 이루는게 무엇보다 선결과제라 그거요" 오쿠보의 말이었다. 팔짱을 끼고 지그시 두눈을 감은채 분노를 삭이고 있던 사이고가 번쩍눈을 뜨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잘 들어요. 자꾸 전쟁 전쟁 하는데,내가 전권대사로 조선국에 가려는것은 결코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오. 대원군과 담판을 벌여서사과를 받고, 조선국의 빗장을 열어젖히려는 거요" "대원군이 사과를 안하고, 빗장도 안열 때는 어떻게 되죠? 그때는 전쟁으로 가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