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 '기득권 포기' 파장..제일이어 엘지등 동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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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이 모그룹인 삼성으로부터 받는 독점광고대행특혜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개경쟁을 통해 획득하겠다고 선언하자 광고업계에서는 그 진의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고 할 경우 삼성전자가 가전제품가격을 인하하자 금성대우등 다른 대기업 가전회사들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잇달아 가격인하를 해야했듯 럭키금성계열의 엘지애드 롯데계열의 대홍기획 현대계열의 금강기획등 다른 계열광고대행사들도 이같은 추세에 동참하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 또한 거손 나라기획등 비계열 독립광고회사들은 그동안 계열광고대행사가있는 광고주들에게는 아예 접근조차 생각지 않았으나 이제 일단 공개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황금어장을 만난 셈이니 흥분하지 않을수 없다. 한마디로 광고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는 대사건이라고 할수 있다.물론 그동안 계열광고대행사가 있는데도 다른 대행사에게 맡겼거나맡기려고 시도했던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매일유업이 한인기획이 있음에도 MAPS에, 진로가 새그린을 제끼고 엘지애드에, 삼성전자가 킴즈컴에,OB맥주가 오리콤에서 매킨에릭슨으로부분적으로 맡긴 일이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엑센트발매시 한맥기획에 삼성전자가 일본의 덴츠에 광고대행을 주려고 각각 금강기획및 제일기획과 경합을 붙였다가 결국은 계열대행사로 결정한 적도 있고 최근엔 빙그레가 삼희기획을 두고도 공개경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들은 계열광고대행사의 수주물량이 넘쳐서 일시적으로외부에 맡기거나 빙그레처름 형제간의 감정싸움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번제일기획의 전면적인 공개경쟁선언과는 경우가 다르다. 어떻든 이런 전례를 보아 제일기획의 이번 공개경쟁 자청도 삼성그룹의이미지를 높이려는 일종의 해프닝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몇가지 사건들과 업계의 흐름을 분석해보면단순한 쇼가 아니라는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먼저 삼성 내부상황을 보면 그룹내 최대광고주인 삼성전자의 김광호사장이지난해 제일기획이 삼성전자를 그룹광고주라고해서 소홀히 하는게 아니냐며공개경쟁의 필요성을 제기한바 있고 이건희 회장도 제일기획은 그룹내최대의 브레인소프트집단이 되야한다며 경쟁체질확립을 강조한바 있다. 제일기획도 외부에선 광고전문가로 인정받는데 그룹내에서는 특혜만받는다며 푸대접한다는 느낌때문에 차라리 공개경쟁이 됐으면 좋겠다는목소리가 있어왔다. 특히 내년부터 유통3단계개방으로 외국기업들이 본격진출해 치열한 광고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그렇게되면 삼성그룹특성상 개별사업성공에집착하는 사업본부장들이 더나은 광고대행사가 없는지 두리번거릴게아니냐는 것. 그럴바엔 미리 선수를 치는게 낫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미국의 요구로 광고주가 거래할 수 있는광고대행사의 숫자를 종전의 2개사에서 8월1일부터 5개사로 늘렸기 때문에 이같은 분위기를 더욱 조장시키고 있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광고주들의 계열광고대행사에 대한 거래형태를 내부자거래로 보는 시각에서 불공정거래차원에서 조사작업을 벌인다는 설도 유포되고 있어 언젠가는 계열광고대행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미루어 볼때 제일기획은 더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기전에미리 보호막을 벗으버림으로써 대외적인 이미지도 높이고 독자적인 경쟁체질을 조기에 확립하자는 진심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