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72) 제3부 정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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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고는 곧바로 이와쿠라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어떻게 해서 그런 전원회의의 결의와 다른 엉뚱한 칙서가 내렸는지, 따져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쿠라는 자리에 있었다. 사이고가 찾아오리라 미리 예측을 하고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어서 오시오" 담담한 표정으로 맞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사이고는 들이대듯이 내뱉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말해보오" "어떻게 되긴 무거 어떻게 됐다는 거요?" "어떤 농간을 부렸기에 일이 그렇게 됐느냐 말이오. 시치미를 떼지 말고,솔직하게 말해봐요" "농간이라니, 말조심하시오. 천황폐하께서 성단을 내리시도록 했을 뿐이오" "그럼 묘의의 의결을 상주하지 않았다 그거 아니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정식으로 문건을 만들어서 상주했소이다" "그런데 천황폐하께서 단독으로 그런 결정을 내리셨다는 건가요?" "그렇소" "거짓말 마오. 그럴리가 없소" 이와쿠라는 잠시 말이 없다가 당당히 사실대로 밝히는게 옳겠다 싶으며 아랫배에 지그시 힘을 넣었다. "문건으로 상주하면서 내 의견을 덧붙였소. 그랬더니 폐하께서 심사숙고해보고 며칠 안으로 단안을 내리시겠다고 하셨소. 그 성단이 오늘 칙서로 하달된 거요" "도대체 당신이 뭔데 의견을 덧붙이고 어쩌고 하는 거요? 묘의의 결의를 상주해서 재가를 받으면 되는 거지" "나는 뭐 바지저고린줄 아오? 비록 아직은 서리지만, 엄연한 태정대신이오.태정대신이 자기 의견도 말씀 드리지 못한단 말이오?" "집어치워요!" 사이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냅다 주먹으로 탁자를 쳤다. "못 치우겠소! 당신이야 말로 뭔데 집어치우라 어쩌라 하는 거요?" "누가 모를 줄 아오. 오쿠보란 놈과 둘이서 짜고 농간을 부린게 아니고 뭐요. 나의 마지막 살신보국을 가로막을려고 말이오" "살신보국? 허허허..." 이와쿠라는 여유있게 웃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뇌까렸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살신보국이 아니라, 살신해국이오, 해국. 나라에 해를끼치는 결과가 된다 그거요. 나라를 위한다면서 당신은 실은 자신의 명예만을 생각하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