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덕과 비운의 사랑 김우진작 '난파' 초연..11월6일까지
입력
수정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이래도 한세상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싫다" 1926년 가수 윤심덕은 "사의 찬미"라는 노래를 마지막으로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이노래를 작사하고 윤심덕과 함께 자살한 남자는 호남갑부의 아들이자 작가였던 김우진(1897-1926). 김우진은 48편의 시와 5편의 희곡, 3편의 소설을 남긴 작가지만 작가로서보다는 윤심덕과의 스캔들로 더 유명했다. 이 김우진의 희곡중 한편이 70여년만에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져 화제를모으고 있다. 화제작은 연단소극장이 11월6일까지 공연하는 "난파". 김우진 스스로 "3막으로된 표현주의 연극"이라고 이름붙인 "난파"는자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 주인공인 시인의 잠재의식 속에 어머니 아버지 카로노메 형제 계모 망령들이 등장해서 서로 심한 갈등을 벌이는 내용이다. 카로노메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읊은 시로 시작하는 이희곡은 가부장적제도로 자신을 옭아매는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저주와 고뇌로 이어지다가종국에는 시인이 절망의 바다에 난파당해 익사하는 것으로 끝난다. 김우진의 가족사라 여겨질 만큼 가문과 가정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극화시키고 허무주의에 빠진 시인의 정신세계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연출자는 동국대 명지대등에서 연극과 영화에 대해 강의중인 김성빈씨. 김우진에 대한 개인적 호감으로 작품에 관심을 갖다가 20년대에 이미사실적 연극구조를 벗어난 이작품을 꼭 한번 무대에 올려야겠다는 욕심을갖고 공연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난파"는 난해하고 등장인물이 많으며 배경이 바다로 이동되는 등 연극화하기에 어려운 요소가 많아 무대에 올려진 적이 없었다. 김성빈씨는 극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극을 해설하는 코러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김우진은 전북장성에서 출생, 일본조도전대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상성합명회사 사장으로 취임하고 문학동인회 "Societe Mai"에서 활동했다. 장남 김방환(서울대언어학과 교수)씨는 83년 유고를 정리해 전예원출판사에서 출간했다. 당시 유고를 정리했던 고려대 국어학과 서연호교수는 "''난파''가 무대에올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난파''는한국문학사에서 처음으로 표현주의를 표방한만큼 주목해야할 작품"이라고말했다. 김성빈씨는 "이작품에 등장하는 카로노메를 윤심덕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며 "자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나 정신적 고뇌를주조로 하고 있는 만큼 카로노메 역시 구원의 여인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