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화합 자리잡는다] (1) 막내린 올 노사협상
입력
수정
"상견례이후 16일만에 무분규로 임금협상 타결". 지난해까지 매년 1-2개월씩의 노사분규를 되풀이해온 현대자동차노조가 14일 올해 임금협상을 파업없이 최단시일내에 마무리 지었다. 이는 국내노동운동에 일대전환점이 되는 대사건이었다. 임금협상철만 되면 머리에 붉은띠를 두르고 과격구호를 외치던 근로자들의모습은 어느곳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다만 협상대표들만이 양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의 합의를 위해 머리를 맞댔을 뿐이었다. 국내노동운동의 변화를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이회사의 노사가 임금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가진 접촉은 8차례에 불과했다. 협상을 여러차례 벌이는 것은 결국 조업분위기를 해친다고 보고 가능한한 횟수를 줄인 결과이다. 노사관계의 이같은 변화는 전국사업장 곳곳에서 찾아볼수 있다. 지난 91년이후 4년 연속 무쟁의로 노사협상을 타결한 대우조선노조의 올해행보는 안정을 희구하는 노조원들의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회사 노조에서는 집행부의 쟁의행위 결의에도 불구, 파업에 돌입키로 했던 지난7월1,2일 양일간 전체 조합원의 90%이상이 출근해 정상조업에 들어가는 기이한 현상을 연출했다. 노조집행부는 결국 뜻하지 않던 조합원들의 "쿠데타"에 무릎을 꿇었고 당초의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그동안의 시한부 파업을 철회했다. 강경일변도의 노동운동이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의식이 실리추구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노사화합차원을 넘어 제품판매에 나서는등 회사살리기에 앞장서는 노조가 줄을 잇고 있다. 금성사의 경우 지난해부터 자사제품 가두판매와 무상서비스실시에 이어 최근에는 경영혁신에 기여하고 노동문화창출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회사노조는 특히 원가 1% 줄이기 기능 1% 향상시키기 1분 일 더하기등 "1%에 도전하기"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환경보전운동까지도 적극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의 정순노정책실장은 "근로자들이 투쟁을 기피하고 실리쪽으로 돌아서는 이유는 생산성을 향상시켜 자기몫을 최대한 찾기위한 것"이라며 "이제 소모적이고 지루한 쟁의행위는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올들어 동국제강, 연합철강과 한라건설, 대우통신, 국제종합기계등이 무파업을 선언하거나 임금인상을 회사측에 일임하는등 노사화합을 선언하고나선것도 결국은 자기역할 찾기의 일환으로 볼수 있다. 지난해까지 협상때만 되면 노사가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던 상황은 점차 사라지고 노사화합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실리를 추구하자는 근로자들의 의식변화가 노동계에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노동단체에 까지 영향을 미쳐 지난해 연대파업을 벌이며 국내사업장의 노사분규를 주도해온 현총련이 올해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비교적 조용한 한해를 보냈으며 전노대 역시 지난6월의 연대파업기도가 실패하기도 했다. 과격한 노동운동이 이제 설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수치상으로 봐도 노사현장은 완전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올해 노사분규건수는 지난15일 현재 96건으로 지난해같은기간 1백20건에 비해 20%나 감소했다. 이같은 수치는 노동조합설립이 자유스럽지 못하던 87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로 노동운동이 안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87년 민주화바람이후 노동조합이 우후준순처럼 생겨나기 시작, 87년 3천7백49건에 달했던 노사분규건수는 88년 1천8백73건, 89년 1천6백16건등으로 완만한 하향추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1천건이상에 달해 노사현장은 잠잠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90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과격한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노사분규건수는 90년 3백22건으로 뚝 떨어졌으며 91년에 2백34건, 92년 2백35건, 93년 1백44건등으로 계속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연구원의 이선부원장은 "최근 노동운동이 변화되고 있는 주된 요인은 노사양측의 교섭관행이 성숙되고 있는데다 악성분규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높고 정부의 불법분규에 대한 대응이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