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전화의 생활화..권혁조 <신세기통신 사장>

명절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우리나라 특유의 풍속도는 귀성전쟁이라할수 있다. 귀성길은 바쁜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고향에서 조상을 모시고 또 부모형제와 친지들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가는 길이어야 하는데 오죽 힘들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가 붙게 되었을까. 그래도 수구초심이라고 고향가는 길은 설레기 마련이라 귀성길의 고달픔것쯤은 참을수 있다. 정말 심각한 것은 평소에 겪는 도심지역교통지옥으로 인새심이 어지간한 사람이라도 견디기가 힘들지경이다. 그래서 표현하는 단어도 전쟁의 수준을 넘어서서 "지옥"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다. 교통지옥이 유발하는 부작용가운데 간과해서는 안될것은 그것이 사람들의 인성을 마비시키고 있는 점이라 생각한다. 어느 성직자는 직접 자동차를 몰고 다니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설이튀어나와 한달도 안되어 차를 팔아 버렸다는 얘기까지 있는걸보면 그 지옥의정도를 실감할수 있다. 교통체증의 유발에는 우리의 생활문화가 한몫을 한다. 조그만 부탁이나 인사까지도 직접 만나서 얘기해야 해결이 되고 예의를 차릴줄 아는 사람이 되는 습관, 소위 대면문화가 그것이다. 현대경영학에선 시간은 곧 비용이며 삶의 질을 높이는 주요한 경영자원이다. "초관리운동"이라는 미시적 시간관리기법까지 동원되는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가 전화로 간단히 해결할수 있는 일을 직접 차를 몰고 만나서 얘기해야하는 생활문화때문에 엄청난 낭비와 불편이라는 댓가를 치르고 있다. 간단한 용무정도는 전화통화로 해결한다면 시간 도로 연료등 유용한 경제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수 있을 것이다. 멀티미디어를 통한 화상데이타 전송 영상회의등이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 직접 면담만이 최고의 예절이라는 생활문화만으로는 우리의 정보화수준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전화를 통한 일상업무의 해결부터 생활화하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