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니었다, '엽기적 살인' 현장검증..범인들 범행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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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기계 대표 소윤오씨(42) 부부등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서초경찰서는 21일 오후 범인들이 소씨 부부등 3명을 살해한 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회산마을과 불갑산 계곡에서 4시간동안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서울지검 김홍일 검사의 지휘로 실시된 이날 현장 검증에서는 이번에 검거된 범인 6명중 경찰이 데리고 온 김현양(22), 강문섭(20), 문상록(23),백병옥(20)등 4명이 범행 당시를 태연하게 재연했다. 특히 범인 김은 현장검증을 마친후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진짜 죽일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만 죽인 것 같다"며 "이 집은 사람 잡아다 죽이기 위해 지었다"고 말했다. 김은 또 "우리가 죽인 사람은 5명이 전부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잘난 놈들은모두 죽이려 했다"며 "인육을 먹은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범인 백은 "우리같은 형제들이 언제든지 나올 것이다"며 현 사회에 대해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서초경찰서 현장검증반은 이날 낮 12시40분께 도착, 먼저 지하 소각장에 남아있던 소씨 부부의 유골을 수습한데 이어 오후 1시45분께부터 김등 범인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보도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여에 걸쳐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들은 지난 9일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서 데이트하던 이종원씨(34.경기도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279)와 애인 이모씨(26)를 납치, 이종원씨에게 비닐을 씌워 질식사하게 한 장면과 소씨 부부를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이들은 소씨 부부의 경우 지난 15일 오후 지하실 철창안에 가둬 놓고 양주와 소주등 술을 함께 마신후 술에 취해 떨어진 상태에서 살해한뒤 각각 5개 토막으로 잘라 소각장으로 옮겨 불태우는 장면을 재연해 보였다. 소씨의 경우 관자노리에 공기총을 대고 쏴 죽였으며 부인 박미자씨(35)는 흉기로 목을 찌른뒤 다시 손도끼로 내리쳐 살해했다는 것. 현장검증반은 이어 3시20분께부터 지난해 8월 조직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살해해 암매장한 송봉운씨(23.불갑면)의 사체를 찾아내기 위해 이곳에서 2km정도 떨어진 불갑산 기슭에서 사체 발굴작업을 실시했다. 경찰이 범인들이 지적한 지점에서 삽등으로 산 기슭을 50cm 정도 파내려가자 가매장된 송씨의 사체가 엎드린채로 나와 주위 사람들을 분노케했다. 송씨는 철사줄로 양손이 묶인채 얼굴이 심하게 부패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머리등은 둔기에 맞아 으깨져 있었다. 범인들은 "지난해 7월 충남 논산군 두계리 부근에서 납치한 20대 여자를 번갈아 성폭행한 뒤 살해 한 뒤 송씨가 마음이 변해 농협 공동통장에서 30만원을 인출해 도주했기 때문에 시흥 친척집에 숨어 있는 송씨를 찾아내 이 곳으로 끌고와 돌과 곡괭이로 쳐 살해한 후 묻었다"고 태연히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영광현장 검증에 이어 전북과 충남지역 현장검증까지 실시할 예정이였으나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려 영광에서 이날 밤을 지나고 22일 아침 전북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