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은행, 어떻게 할것인가..김재룡 <코리아머니지>

지난주 본란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낙후한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은행은 책임이 없는가. 당연히 같이 있다. 그들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 원인을 열거할 필요는 없다. 그들도 문제를 알고 있고 지금 그나름의 개혁을 추진하고도 있다. 문제는 지금 정부나 은행이 추진하고 잇는 점진적 개혁으로는 영원히 실물경제의 변화도 국제금융시장의 흐름도 따라 잡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점진적 개혁이 아니라 혁명적 수술이다. 우선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서 고만 고만한 은행들은 합병해야 한다. 열개를 합해야 일본 시중은행 하나 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로 개혁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온갖 제도적 사슬을 끊어야 한다. 비단 은행만이겠는가 마는 감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혁신이 가능하겠는가. 대대적인 통폐합과 물갈이를 해야하고 선진화에 필요한 인재들을 외부에서라도 대거 특채해야 한다. 세째로 모든 관행은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 구시대적인 내부규정과 권한은 없고 책임만 강조되고 있는 의사결정체게를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 네째로 혁명적 수술은 현재의 에너지먼트로는 될수 없다. 평생직장으로 은행에서만 봉직하고 그 토양에서 자라온 세대가 어떻게 자기 몸에 칼을 대겠는가. 그들은 해야할 명분보다 하지 못하는 이유를 더 많이 알고 있다.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다. 영원히 소년으로 머물어 보실핌을 받고 싶지 성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제 은행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구각을 벗고 오랜 침잠과 안일에서 깨어나 새로운 시대를 호흡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