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데이터 이렇게 보자] (99)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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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4월부터 급등세를 지속하던 국제유가가 8월이후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당초 석유전문가들은 유가상승요인이 많아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에 갑작스런 유가하락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유가하락의 원인은 먼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금리인상에서찾을 수 있다.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금융.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일부 투기성자금이 국제원유시장에서 금융.외환시장으로 빠져나가 국제유가의 일시적 하락이 초래되었다는 것. 또다른 원인은 한동안 유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나이지리아파업사태가 최근 시세변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점을 들수 있다. 가솔린을 중심으로 4월이후 크게 늘고있는 미국의 석유수요가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도 유가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는 그러나 현재의 수급상황에 비추어 볼때 8월과 같은 유가하락현상이 지속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금년 하반기와 내년에 국제유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의 유가관련기구들도 비슷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년 하반기와 내년에 석유수급이 더욱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협회(CERA)도 OPEC(석유개발기구) 평균유가가 작년 4.4분기의 배럴당 14.6달러에서 올 4.4분기에는 16.5달러로 2달러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4.4분기에는 이라크가 계속 세계 원유시장밖에 머물러 있을 경우 18.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세계 원유시장의 수급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공급측면에서 최근 수년간 저유가가 지속되어 석유개발계획과 생산능력확장이 부진하고 OPEC의 수출량도 당분간 별로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 반면 수요측면에서는 세계경기의 호조를 바탕으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원유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공급측면에서는 세계 석유공급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OPEC가 생산량을 현재보다 더 늘리기 힘든 상황에 있다. OPEC회원국들은 최근 수년간의 저유가수준 지속으로 재정이 크게 악화되어있으나 현재의 유가수준으로는 석유개발 및 생산능력확장에 대한 유인이 여전히 약하다. OPEC회원국 이외의 석유생산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 옛 소련지역의 원유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원료.에너지전망당국은 내년 러시아 원유생산은 하루 600만배럴이하로 91년 소련붕괴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와 아시아의 비OPEC산유국의 생산량도 정체 또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원유 및 석유제품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겨울철에 수급압박이 심화될 소지가 많고 이에 대비해 석유회사들이 미리 매입량을 늘릴 경우 가격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경기호조지속은 원유 및 가솔린수요를 늘릴 것이다. 내년에는 특히 유럽연합(EU)의 경기회복으로 EU의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