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광장] 인륜/도덕 황폐화, 북핵보다 무서워 .. 배석희

미국의 어느 한 여성이 "친정 어머니가 혼자 외로워 못살겠으니 같이 살자고 하는데 식대와 방세는 어느정도 받으면 좋겠느냐"고 "Dear Abby"라는 상담코너에 문의한 기사를 보았다. 이에 담당자는 이 상담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한국에서 군복무중인 한 미군 대위의 서한을 게재했다. 그 내용인즉 "본인의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한국은 조그마한 나라인데다 생활 수준도 우리 미국보다 낮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어버이를 모시는 것을 자식의 의무요,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인보다 월등하게 잘 사는 미국인으로서 어버이를 모시는데 돈으로 따지다니 부끄러워 한국인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도 이런 얘기를 부끄러워 할 때가 되었나보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해 부자가돼 어버이를 편안하게 모시는 길만이 한결같은 소원이었는데 이제 조금 잘 살게 됐다고 "효"사상을 헌신짝 내버리듯이 버려서야 되겠는가. 인륜 도덕의 황폐화에 대한 불감증이야말로 북한의 핵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아닐까 싶다. 배석희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