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민교육원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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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속에 들어있는 질소와 산소를 비롯한 기타 기체의 비율은 78대22라고 한다. 그것이 60대40만 되어도 사람은 숨을 쉬고 살수없다. 또 우리몸의 구성요소인 물과 살의 구성비도 약 78대22라고 한다. 어느 과학철학자가 이런 현상을 흥미로운 숫자의 대비로 제시하면서 78의 진실과 22의 거짓으로 구성된 사회가 선진국형 사회이고 이것을 기준으로 우리사회의 도덕성을 50대50정도로 진단한 글을 읽은 적이있다. 공기속 기체의 비율이 잘못 조성되어 숨이 막히거나 수분이 모자라서 탈진해 가고 있는 사회가 오늘의 우리 사회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어느 사회나 악은 존재하고 비도덕적인 사건도 일어나게 마련이지만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흉악범죄와 공직자비리는 우리사회의 형편없는 도덕성지수를 다시한번 반성해 보게하는 기회가 되고있다. 정부와 민자당은 이처럼 빈발하는 사회병리현상을 법과 제도만으로는 근절하기 어렵다고 판다,국민들의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범국민적 교육기관인 가칭 "민주시민 교육원"을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교육원에서는 가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세미나등을 통해 사회병리현상을 진단한뒤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무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기관지도 발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회에 큼직한 윤리적 타락현상이나 범죄가 발생할때마다 우리는 그런 현상을 급격한 산업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생겨난 금전만능주의 이기주의 퇴폐주의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개탄해왔다. 그러나 "사회정의"를 입버릇처럼 되뇌이면서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적었던 것이 증명해 주듯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관주도형의 새마을운동 사회정의운동 같은 것은 실패로 끝났고 민간주도의 시민윤리운동도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까닭은 이런 시민운동들이 개인의 도덕적 자각에 호소하는 개인윤리적인 면에 집착,감상주의와 도덕적 환상주의로 흘렀기 때문이라는 것이 윤리학자들의 분석이다.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며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낯을 들고 다닐수 없게"수치심과 죄의식을 느끼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성지수를 높이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견해다. 자발적인 시민운동은 필요하겠지만 정부가 민주시민교육원까지 만들어 다시 시민과 겉도는 관주도시민운동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사회윤리적인 면에 눈을 돌려 정책과 제도를 정비,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