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폐' 선언 불과..외국돈 국내사용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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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외국돈도 우리돈과 마찬가지로 쓸수 있게 하기로 한 것은이미 발표한 외환집중제 폐지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5만달러 까지는 자유롭게 외화를 보유할 수 있게 한만큼사용규제도 풀자는 취지다. 아직 사용한도나 환율적용 방식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으나 우선은 외화의 사용한도를 건당 1만달러이내로 제한하고 점차 사용한도를 넓혀 나간다는게 재무부의 구상이다. 건당 1만달러 정도면 일상생활과 관련된 거래는 대부분이 가능하기 때문에사실상 우리돈과 외국돈 간의 구별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외화가 "제2의 화폐"가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외국에 나갔다 쓰고 남은 외화를 굳이 원화로 바꾸지 않고도나중에 백화점등에서 물건을 사거나 용역대금으로 지부할수 있게 된다. 그만큼 환전에 따르는 비용부담이 줄게 된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의 거래도 상당히 간편해 진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과연 얼만큼 실효성을 가질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다. 외화도 자유스럽게 쓸수 있다는 "선언"을 하는데 그칠 뿐 실제로는 상점들이 외화를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고 일반인들도 사용에 제한을 받게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경우를 예로 들수 있다. 이들 나라는 일찌감치 외환거래가 자유화됐지만 달러로는 거리에서 음료수한병 사 마시지 못한다. 중소업소의 경우 수시로 달라지는 환율을 일일이 계산하기도 어렵지만 환리스크가 있어 외화수령을 꺼리기 때문이다. 외화로는 기껏해야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계산을 하는 정도나 가능하다. 그나마 엄청나게 높은 환전수수료나 커미션을 물어야 한다. 고객이 지불한 외화를나중에 은행에서 자국화폐로 바꿀 때 환전수수료를 물어야 하는데다 환리스크를 고객에게 부담시키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엔 은행에서 환전할 때 보다 10%정도를 더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객입장에서 보더라도 높은 환전커미션을 물어야 할 바엔 차라리 은행에 가서 현지화폐로 바꾸어서 쓰는게 낫기 때문에 굳이 외화로 지불할 까닭이없어지게 된다. 다시말해 업소입장에서 보면 환리스크와 재환전수수료가 충분히 보상될 만큼환율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는한 외화수령을 기피할 것이고, 고객입장에선 좋은 환율을 택하게 돼 서로 입장을 달리한다는 얘기다. 일반 내국인들도 상상처럼 외화거래가 쉬워지지 않는다. 외화보유 한도를 5만달러 까지는 자유롭게 했으나 취득처가 분명해야 한다. 예를들어 해외여행을갈때 바꾸었다가 남은 돈이라든지 상품수출입등 법적으로 허용된 거래로 얻은 돈이라야 한다. 이 경우 최초의 환전단계에서 한도가 제한되고 여권등에 환전액이 기재되기때문에 사용한도도 자연히 규제를 받게 된다. 외화를 건당 1만달러 까지는 허가나 신고없이 쓸수 있도록 한다지만 사실상"허가 받은" 범위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송금및 해외투자 환율결정방식등 전반적인 외환자유화가 더욱 진전되지 않는한 사용규제 완화만으론 아무런 실효가 없다는 말이 된다. 다만 서울 이태원등 외국인과의 거래가 많은 곳에서 이미 보편화된 "불법적"인 외화수령을 양성화 해주는 정도의 효과를 볼수 있을 정도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