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창간30돌] 기고 : 박승 <중앙대 교수> (2)

중국은 동북아 세나라가운데 가장 덩어리가 크면서도 가장 뒤늦게 개발대열에 들어선 나라이다. 그런만큼 이나라는 동북아 발전모델의 효능을 가장 크게 보고 있으며 후발주자의 모방이익도 최대한으로 즐기고 있다. 이나라에는 일본과 한국이라는 가정교사가 가까이 있으며 어느때든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구득할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있다. 다만 문제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사회주의체제속에서 고도성장이 지속될수 있을것인가 하는데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와 같은 사회주의체제하의 정경분리에 따른 성장정책은 잠재실업이 제거되는 중진국수준까지는 성공할수 있을것이다. 정부주도하에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실업노동력에 일터를 마련해주면 경제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이것으로 되지 않는다. 이때는 인력부족과 고임금의 단계이며 기술개발과 생산성경쟁이 성장발전을 결정하게 되는것이다. 사회주의체제는 모방이익의 취득경쟁에서는 이길수있으나 이러한 합리성경쟁에서 이길수는 없다. 이런점에서 21세기 중국의 역할은 중국이 체제적제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것이다. 동북아의 경제발전관계에서 볼때 한국은 여러가지 면에서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끼어있다. 이러한 관계는 21세기의 한국경제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한반도는 새로운 약진의 기회를 맞이할것이다. 그동안 남한의 공업화과정에서 일본은 자본과 원료와 기술을 공급하는 공급기지였으며 미국은 수요기지로서의 구실을 했다. 그러나 남한경제가 완전고용단계를 지나 고임시대에 진입하고 총수출가운데 중화학비중이 70%에 이르게 되고 보니 미.일에 대해서는 보완관계보다 경합관계가 커지고 그대신 중국경제권과의 보완관계가 축을 이루게 되었다. 이렇게 볼때 향후 장기적인 고도성장이 예견되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공급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것이며 이러한 동북아의 구도변화는 우리에게 선진수준까지 이끌어 올리는 새로운 약진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것이다. 북한은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등 초기적도약에 필요한 잠재력은 충만한 상태에 있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중국식개방과 정경분리,그리고 시장경제질서를 받아들인다면 후발주자의 이점을 만끽하는 공업화도약이 가능할것이며 남한은 여기에 공급기지로서의 강력한 지원자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동북아의 장래와 관련하여 중요한것은 관계국간의 선린과 협력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점이다. 불행히도 과거의 역사는 갈등과 불신으로 점철되어 있다. 더구나 세계질서가 지역주의화하고 있음을 감안할때 동북아국가간의 신뢰증진문제는 곧 동북아 지역의 장래를 좌우하게 된다는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