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한 사람의 책임 .. 황학수 <삼성생명 사장>

지난8월 제주공항에서 한 여객기가 태풍 더그의 영향으로 활주로에 비상착륙한후 전소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가 이직까지 기억에 남는것은 항공기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승무원과 승객의 침착함으로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었다는 사실때문이다. 당시 여객기는 공항의 주변시설물에 꼬리날개를 부딪혀 불이 붙었지만 승무원은 침착하게 2백여명의 승객이 단 10분만에 비상탈출하도록 했다. 사고는 불행했지만 감명깊은 이야기였다. 생명이 격각에 놓인 상황에서도 승객의 안전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탈출한 승무원의 책임감에 언론들도 극적 표현을 써가며 대서특필했다. 우리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일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버철"의 의미로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큰 사고나 사건이 있고나면 으례 해당 책임자가 "~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발표가 이어진다. 그러나 원래 책임이란 권한행사의 견제도구이면서 일에 성실성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부정적 결과에 대한 추궁내지는 처벌이 아니라 긍정적 결과를 유도해내기 위한 동기부여인 것이다. 일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 바로 권한에 책임을 부가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사후에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책임의 의미는 그것이 비록 불가피한 경우도 있으나 담당자들의 소극적 태도만을 합리화 해줄 뿐이다. 역경을 딛고 세계적 기업을 이룬 "마쓰시다"그룹의 창업주 "마쓰시다 고노스케"씨는 한 사람의 책임에 대해 "회사가 발전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결국은 한 사람의 책임에 달려있다. 그 이유는 만일 사장이 동쪽으로 가라고 하는데 서쪽으로 가겠다는 사원이란 있을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개의 부,한개의 과가 발전하느냐 못하느냐는 모두가 부장 한사람,과장 한사람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기업경영의 책임을 맡고있는 필자도 이 말을 책임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는 경구로 항상 되새기며 나 자신의 책임에 대해 자주 그 의지를 확인하곤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