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딛고 남북경협 '재시동'..정부, 기업인방북부터 '물꼬'

북한 핵문제로 중단됐던 남북간 경제협력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정부가 금명간 발표될 예정인 북.미제네바회담의 결과를 수용할 경우 경협의 걸림돌이 일단 제거되기 때문이다. 북미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된다는 것을 전제로 18일 열리는 통일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올 정부의 공식 입장도 "핵타결"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경협의 본격화를 예상케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북경협에 관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핵문제의 해결이 없는한 남북경협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북미회담의 결과에 대한 평가에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회담결과를 "핵문제타결"로 평가하는한 남북간 경협은 침체에서 벗어나 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핵문제에 걸려 규제됐던 기업인의 방북을 비롯해 위탁가공무역등이 활발해질 것으로 볼수 있다. 이같은 국내규제를 먼저 풀고 시범투자사업이나 직교역을 위해 청산계정을 설치하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나진.선봉지역등 북한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의 사무소 설치를 허용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핵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전에 추진됐던 남북간의 대화를 복원하는 일도 선결돼야할 과제라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지난 92년 9월 경제교류협력분야등 4개분야에서 남북간 부속합의서가 채택됐으나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후속 협의를 중단한 만큼 이를 정상화하는게 순서상 먼저라는 얘기다. 이처럼 현재 남북경협에 관한 정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신경제5개년계획에 제시된 3단계론(제도화-활성화-본격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북.미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됐다고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경협의 문을 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수도 있다. 경협의 당사자인 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면을 엿볼수 있다. 종전처럼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서 가기위해 무리하게 서두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측이 우리기업을 끌어들이기위해 얘쓰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느긋해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런 기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업들의 자세가 막연한 기대감에서 보다 실리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보다는 교역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기업들이 승인받은 북한주민 접촉건수는 전년동기보다 38% 늘었으나 투자목적은 작년보다 준 반면 교역목적은 70%나 늘어났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남북경협은 정부나 재계의 행보가 빨라지더라도 과거와 같은 과열경쟁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북한 투자가 무조건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을 뿐더러 자칫 북한이 남한기업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질수도 있다고 기업들이 판단하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