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맞은 남북경협] (중) '아직은 풀어야 할 과제많다'

북한 핵문제의 "사실상 해결"로 남북한 경협엔 가속도가 붙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북.미핵협상 타결로 남북한 직교역과 합작투자 등 본격적인 경협확대에 시동이 걸리긴 했지만 쾌속질주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북경협의 최대 복병이었던 핵문제가 풀림에 따라 한편에선 실질적 경협확대의 물꼬가 텄다는 기대가 한껏 부풀러 오르고 있긴 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남북대화가 아직 본격화 되지 않은데다 북한이 체제불안을 우려해 인적교류가 불가피한 직교역이나 합작투자는 꺼릴게 뻔하기 때문에 아직도 "넘을 산"이 많다는 회의적 견해가 적지 않다. 또 지금과 같은 초보적 수준의 간접교역만 계속된다면 남북경협에서 한국기업이 실질적으로 얻을수 있는건 기대이하라는 "절망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제3국을 통한 남북간의 물자반출입과 임가공교역은 꾸준히 진행돼 온게 사실이다. 지난88년 12월 현대종합상사가 북한산 모시조개를 첫 수입한 이래 남북간 물자반출입은 핵위기에도 불구, 매년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임가공도 지난92년1월 코오롱상사가 북한산 가방을 임가공 형식으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의류 신발 봉제등 노동집약적 업종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역시 남북경협의 "알맹이"는 직교역과 합작투자다. 제3국의 중개상을 끼고 이뤄지는 물자교역이나 임가공은 중개료나 운송비용의 과다등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직항로등을 통한 직교역과 합작투자가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남북경협의 진척으로 볼수있다는 얘기도 그래서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경협의 새로운 전기인 핵문제 타결은 직교역과 합작투자의 시발을 기대 할만한 "호재"임에 틀림없다. 특히 한국형 경수로 지원에 따라 앞으로 3-4년후부터는 한국의 원전기술자 수백명이 북한에 체류해야 한다는 "현실"과 나진.선봉지구에 대한 한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북한당국이 그 어느때보다도 적극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같은 희망을 더해준다. 물론 제한적인 부분개방이긴 하지만 대세로 보아 북한이 한국기업에 대해 직교역과 합작투자를 허용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홍택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북.미핵협상의 타결로 남북경협이 직교역 합작투자등 본궤도에 진입할 여건은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남북경협 전망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경험으로 볼때 북.미핵협상타결이 과연 본격적인 남북경협확대로 연결될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견해가 많다. 지난 92년 북한의 김달현부총리 일행 방한때나 몇달전 남북정상회담논의때 남북경협무드가 한창 무르익었다가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답보를 거듭했던 사례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북간 통행(자유왕래.이산가족상봉) 통신(전화및 서신교환) 통상(교역.투자.자원개발)등 소위 "3통"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는 실망만을 키울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석환상공자원부 제1차관보는 "북한은 체제불안때문에 3통등 기본적인 경협여건을 제대로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제반여건이 성숙되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우리쪽에서 서둔다고 모든게 다 되는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차관보는 따라서 "정부도 남북경협이 직교역과 합작투자로 본격화 될수 있도록 직항로 청산계정 통상분쟁해결절차등 제도적 여건마련에 차분히 착수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덕영상공자원부 무역국장도 "북한의 정치적 리스크가 아직도 크고 외환이나 사회간접시설등의 사정이 여의치 못해 현재 북한에 투자하고 있는 1백44개의 외국기업중 1백33개가 조총련계 일본기업인 실정"이라며 "과거와 달리 국내기업들도 남북경협에 관한한 크게 흥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핵문제 타결로 남북경협확대라는 열차는 출발한 셈이지만 갈길은 아직 멀다는 것이다. 남북경협에서 북한이 실질적인 태도변화를 보일수 있도록 서서히 유도해 나가는게 우리의 과제라는 지적도 이런 이유에서다. 핵문제에서와 같이 남북경협확대에서도 "카드"는 북한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