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칼럼] '한강의 기적'을 청산하는 비용과 개혁

김진현 10월21일은 참으로 찜찜하고 부끄러운 날이다. 아침에 서울 한강의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밤에는 제네바에서 북한과 미국대표가 핵문제타결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에서 갈루치와 강석주가 샴페인을 들고있는 시간 서울의 텔레비전은 무너진 한강다리를 비추고 있는 사실이 우리들의 마음을언짢게 하고 있다. 우리의 "성공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낸 엉터리 근대화의 부끄러움과 누가 국가수반인지도 분명치 않은 북한에 한국대통령과 미국대통령이 보장각서를 주고 우리는 알지 못하는 비밀부속서가 있는 찜찜함이다. 두 사건간에는 아무 인간관계가 없다. 그러나 두사건 모두가 국민들을 즐겁게 하거나 행복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무언가 찜찜하고 정상이 아니고 안타깝고 모멸감을 느끼고 속은것 같고 화나게 만든다. 두사건은 소화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수 있다. 즉 우리의 힘, 우리가 성공했다는 "한강의 기적"을 재평가하고 우리의 분수를 알게하고 우리의 미래도전을 정확하게 잴수 있는 계기이다. 김대통령의 특별담화도 그런 뜻일 것이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란 자화자찬속에서 이미 선진국이 된것처럼 미래를 차용하고 착취하였다. 후진국에서 중진국되기까지보다 중진국에서 선진으로 가는 길이 훨씬 더 어렵다는 진실을 눈가리고 있다. 주면 4강과 북한을 상대하여 "외교"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며 정상적외교를 위하여는 현재의 중진수준의 국력으로서는 어림도 없다는 진실을 알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현주소는 선진국이 된것도 아니요, 선진국의 길이 보장되어 있는것도 아니다. 중진의 수준조차 다져진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이번 사건은 가르켜주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얄팍한 중진수준에서 새로 세가지 비용을 추가하여 부담하게 되었다. 첫째는 통일비용이다. 10년간 3천억달러에서 1조달러에 이르는 통일의 추가비용 즉 연간으로는 2백억달러에서 1천억달러(현재 우리의 GNP는 약3천억달러, 정부예산은 약5백억달러이다)를 남쪽의 복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세금의 대폭 인상이나 인플레없이 조달할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탁상의 숫자는 있으나 아직 실현가능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가 진정 통일을 바란다면 남북통일비용만 계산해서는 안되고 중국 일본의 통일방해를 방어할 비용과 미국과 소련을 통일과정에 우방세력으로 끌어들이는 비용까지 계상해야 한다. 둘째는 미래를 여는 비용, 선진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신사회간접자본(SOC)들이다. 신공항 신고속전철 초고속정보통신망 통신 방송윙성 신교육 환경비용들이다. 여기에느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 상대적으로 비용증가율이 높을 해외 "원조"까지 포함시킬수 있다. 우리는 다른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향하는 과정에 드는 비용, 즉 신SOC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비용이라는 정치비용도 물어야 한다. 뿐더러 작년 금년에 걸친 육상 수상 공중의 사고들에서 과거에 대한 새로운개념과 대책의 비용이 등장했다. 즉 한강의 기적, 압축성장의 보수 정리 청산하는 비용이다. 보수 정리 청산해야 할 대상은 성수대교나 한강과 전국의 다리만이 아니라도로 철도 상하수도 통신케이블 급조신도시의 아파트 빌딩, 그리고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등 전국의 강이요 산이다. 60,70,80년대의 한강의 기적은 사실상 얼마나 얄팍한 성취였으며 얼마나 엉터리가 많은 작업이었느냐를 이제서야 우리 모두는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강의 기적 서울의 찬가를 노래하지만 새시설을 일체하지 않고 현재 서울의 도로 다리 상하수도 주택 학교 빌딩 공원 쓰레기처리의 안전과 시설기준만 제대로 지키도록 보수 관리 유지하는데도 얼마나 돈이 더 들까. 서울의 교통문제를 해결할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서울의 주택문제를 해결할수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은 진정 거짓말이고 환상이다. 한강의 기적이란 한없이 약팍한 껍데기 중진의 포장일 뿐이었다. 이 한강의 기적 압축성장의 보수정리 비용은 앞서의 통일비용이나 미래개척 신SOC비용 보가 결코 크게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진단, 보수 파괴 재구축 비용, 보수기간동안의 대체비용 기획비용까지 계산하면 한강의 기적 투자비용보다 결코 싸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통일과 신SOC한강의 기적 보수라는 세가지 비용의 부담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서도 우리 사회공동체는 총체적 개혁을 필요로 한다. 중심을 새로 세우기 위한 총체적 개혁이다. 구조물은 다리가 됐건 철도가 됐건 아파트가 됐건 허물거나 보수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은 스스로 보수하거나 참회하지 않으면 물리력으로 제거할수 밖에 없다. 한강의 기적의 성취자라고 하는 기득권자들은 이 한강의 기적의 보수 청산을 위하여 먼저 복활하거나 아니면 역사의 뒷장으로 물러나 주어야한다. 여기서 참회란 뜻은 한강의 기적을 만든 보수라는 이름아래 누린 특권과 그 특권으로 치부한 비정당성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성장이란 한면의 정당성이나마 있었던 한강의 기적의 기성치은 총체적 개혁요구앞에 한톨의 정당성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전면 부정당하는 불행을 맞을 것이다. 한강의 기적 구조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4강과 북한을 상대하여야 하는 냉엄한 외교의 진실을 보며 우리의 현주소를 다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진정한 힘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배우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하여는 안으로 정당성과 도덕성과 효율성을 함께 하는 새로운 중심세력을 추축하여야 하고 새 중심세력 구축을 위한 총체적 개혁이불가피하다는 것도 배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