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26) 제3부 정한론 : 원정 (17)

야나기하라 공사는 상해에서 북경으로 향했다. 청나라 정부의 수뇌부와 담판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중도에 그는 천진에서 청나라의 실권자중의 한 사람인 직예총독이며 북양대신인 이홍장과 단독회담을 가졌다.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라는 새로운 훈령을 받은 터이라, 야나기하라는 이홍장앞에서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콧대를 빳빳이 하여 당당히 할 말을늘어 놓았다. "상해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팽호제도에 포대를 구축하고, 본토와 대만사이에는 해저전선을 설치하며, 육해군을 대만으로 보내고 있다는데, 무슨목적인지요? 청나라는 우리 일본과 전쟁을 할 각옵니까?" "적반하장이라는 말을 아오? 누가 할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려" 이홍장은 코언저리에 히죽이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멸만흥한의 기치를 들고 일어나 남경을 점령, 수도로 삼아 15년간 청나라를위협한 태평천국의 난을 평정하여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한 일세의 영웅인이홍장은 그때 52세였다. 야나기하라는 아직 서른살이 안된, 말하자면 청년 외교관이었으니,이홍장의 눈에는 애송이같이 비칠수 밖에 없었다. 아들뻘 밖에 안된 자를 상대하고 앉아서 국제간의 문제를 논의하자니 모양같잖고, 속으로 우습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 일본은 귀국과 전쟁을 할 의사가 있어서 대만에 출병한게 아니라,류큐인을 학살한 생번을 응징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귀국측에서 일방적으로 철군을 요구하며 전쟁을 할 태세를 취하니, 우리로서는 유감천만이 아닐수 없어요" "대만은 엄연히 우리 청나라의 영톤데, 무단히 침공을 했으니, 우리로서도대응을 할수 밖에 없잖소. 그리고 류큐인을 살해한 생번은 모란산데, 그밖의생번까지 모조리 토벌을 하고 있는 까닭이 뭐요? 필경 대만을 점유하려는 의도가 아닌가요?" "모란사를 응징한 그날밤 다른 생번들이 야간기습을 해와서 우리 병사를 적지아니 살해했지 뭡니까. 그래서 그들까지 토벌을 하게된것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일본은 목적을 달성한 셈이니 물러가야 하지 않소. 속히 철군을 하기 바라오" "철군을 하는데는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생번이 류큐인을 학살한데 대해서 청나라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하겠다는 보장을 해야 합니다. 둘째는 대만 출병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고,또 우리병사가 적지아니 전사했으니, 그 배상을 해야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