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지적재산권 현안과 대응방안'..철저히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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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재산권은 대외통상마찰 해소뿐 아니라 국내 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처리산업진흥회(회장 김영태에스티엠 사장)는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지재권보호에 관한 국내외 동향 세미나''를 16일 부산에서 연 데 이어 28일에는 서울상의 중회의실에서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정상조서울대교수등 전문가들과 최근의 지재권관련 현안과 대응방안을 짚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사회는 본사 유화선경제부장이 맡았다. *************************************************************** 사회 =요즘 지재권보호 문제가 세계적 통상이슈로 제기되고 있습니다.국내기업끼리도 지재권을 둘러싼 분쟁이 점차 고개를 들고있고요. 그러나 지적재산권이 도대체 무엇이며 왜 보호돼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완전한 공감대가 형성돼있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먼저 지재권에 대한 역사와 개념부터 짚어볼까요. 정상조서울대교수(법학) =16세기에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양수기장치를 개발하고는 특허를 취득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지재권이 개념화된 것은 18세기 들어 섭니다. 산업혁명기의 영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특허권이라는 장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거든요. 미국이 요샌 세계 지재권보호의 파수꾼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19세기중엽에만 해도 유럽의 지재권을 다반사로 침해한 요주의 국가였습니다.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가 자신의 작품을 해적출판물로 읽은 미국독자들로부터 숱한 팬레터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당황한 그는 두차례나 미국에 건너가 저작권침해 사범을 손수 단속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요즘 지재권보호에 부쩍 신경을 쏟고있는 것은 상대적인 생산기반약화로 경쟁력이 기울어지자 그 원인을 독자개발기술의 해외불법유출에서 찾고있기 때문이지요. 노영욱상공자원부 통상진흥국장 =우리나라에선 80년대들어서 지재권보호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만 그것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압력이 적지않게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그전에는 상표권이나 특허정도만 거론될 정도 였지요. 어쨌든 문제는 남의 지적 고뇌 산물인 신개발기술을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가져다 쓴다는데 있습니다. 지재권이 보호돼야 하는 또다른 주요인은 국내기업의 기술개발의욕을 고취한다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재권이 보호돼야 기업들의 매출이 늘고 그 이익금이 또다른 기술개발에 투자돼 우리산업의 경쟁력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지재권보호는 우리에게 량가적 측면을 갖고있다는 얘깁니다. 김영태정보처리산업진흥회 회장 =우리나라의 지재권보호는 특히 소프트웨어산업에서 보호장치가 크게 미흡합니다. 소프트웨어야말로 순전한 지혜의 산물로서 그 창의성이 존중되어야 하는데도 "까짓것 좀 베껴쓴들 무슨 문제가 있겠냐"하는 따위의 인식이 바로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산업기술이 복잡다단하게 발전해 나갈수록 장치산업인 하드웨어분야보다는 소프트웨어산업의 육성이 중요해질 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빌 게이츠같은 소프트웨어 천재들이 거부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지재권보호가 철저하기 때문이지요. 제임스 웨스트미변호사(아세아합동 법률.특허사무소) =미국에서는 1770년대 헌법을 제정할 당시에 이미 저작권과 발명등 지재권보호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저작권을 도용하는 것은 물건을 훔치는 일과 같다"는 인식을 뚜렷이 해 뒀던 것입니다. 제가 몸담고있는 미국BSA(비즈니스 소프트웨어동맹)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지재권보호 운동을 펴고있는 민간단체입니다만 미국 유럽등의 정부에서 이런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도록 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각국에서 유통된 소프트웨어중 불법복제품의 비율을 추정한 BSA자료를 보면 미국조차도 34~40%에 이르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독일도 57%에 이르고있습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같은 나라는 그 비율이 90%를 넘고있고요. 한국은 78%로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요. 80%를 기록한 일본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사회 =한국의 민과 관이 그만큼 지재권보호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수 있겠군요. 노국장 =그렇습니다. 정부에서 관련제도를 강화하고 침해사범을 단속하는 한편으로 대국민 캠페인을 병행한 결과라고 할수 있지요.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침해사범에 대한 단속의 어려움때문이지요. 소프트웨어 지재권침해가 친고죄로 규정돼있어서 입니다. 소유권자가 고발하지 않는 한 도용하고 있는게 분명해도 처벌할 수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관련규정의 개정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지재권보호체계는 이미 선진국수준에 도달해있다고 자부합니다. 예를 들어 UR협상에서 다른 분야는 우리나라가 개도국대우를 받아야 한다는게 정부방침이지만 TRIPs (무역관련 지재권협상)에 관한 한 당장 선진국으로 다뤄져도 괜찮다는 입장이지요. 제도가 아무리 완비돼 있어도 검.경과 사법부에서 지재권보호의 중요성을 절실히 인식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제대로 집행이 될수 있을 겁니다. 김회장 =국민의식이 국제수준으로 올라가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불허복제가 상대적으로 손쉬운 소프트웨어의 경우 더욱 국민의식에 호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업계가 기술수준을 축적해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기 위해서도 이 문제에 대한 중요성은 널리 인식돼야 할 것입니다. 정교수 =계몽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상당수 국민들이 지재권이란 말이 나오면 "미국의 압력에 의해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고있는 분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국민들이 갖고있는 피해의식을 걷어낼 수 있게끔 계몽내용을 바꾸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APEC역내로만 쳐도 우리나라는 기술수준에서 중간적 존재입니다. 기술을 들여오기만 하는게 아니라 역내 후발개도국들에 수출도 하는 나라라는 얘기지요. "지재권보호가 국익에도 이러이런 도움이 된다"는 식의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계몽활동은 중립적인 기관이 담당하는게 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지적재산권연구소라는 민간법인을 만들어 이 일을 맡기고 있지요. 웨스트변호사 =소프트웨어 지재권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CD롬등 뉴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복제가 한결 수월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온라인 유통방식에 의한 복제에 대해선 마땅한 제재수단을 찾기가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사회 =한마디로 "지재권은 일반 물건과 마찬가지로 엄연히 주인이 있는 하나의 소유물"이라는 자각이 전국민적으로 확산되는 일이 시급하다는 말씀들이구먼요. 김회장 =한국의 입장에서도 반성할 점이 많지만 저는 미국정부의 스페셜 301조 운용같은 것도 잘못돼 있다고 봅니다. 그런 위압적 수단을 동원하기 보다는 상대국들에 지재권보호를 통해 각국이 얻을 실익을 차분히 설득해나가야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제대로 거둘수 있고 그래야 미국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겠습니까. 웨스트변호사 =BSA로서도 미국연방정부가 스페셜 301조 발동에만 매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가 조만간 발족하게 돼있으니 앞으로 국가간 지재권마찰도 특정국가의 제도보다는 WTO의 중재기능에 의해 해결돼야 할 것입니다. 다만 각국의 지재권보호조치가 강화되는데 스페셜 301조가 어느 정도 기여해 온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지하거래규모가 워낙 막대해 정부가 손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만 지속적인 단속결과 요즘은 지하거래가 크게 위축됐죠. 덕분에 이탈리아정부의 세수가 많이 늘게됐고 기업들의 연구개발풍토를 진작시키는데도 도움이 됐다는 생각입니다. 정교수 =분쟁해결을 반드시 법원판결에만 의존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한 쪽을 망하게 하는 것보다는 모두가 다 잘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지요. 지재권보호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과학기술발전 풍토의 조성에 있는 것입니다. 한국정부에서 추진하고있는 연구센터 설립을 되도록 앞당겨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강구해야 합니다. 노국장 =지재권보호는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산업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실하게 정립돼야겠지요. 개인적으로 UR TRIPs 협상에 임하면서 이 점을 더욱 절감하게 됐습니다.우리기술이 후발개도국들에 의해 도용되는 사례가 적지않다는 얘깁니다. 지재권보호 풍토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으면 외국의 선진기업을 국내로 유치하는 일도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지요. 정부의 지재권보호는 순전히 우리의 필요때문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