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특별법제정 능사아니다..최종천 <사회부장>

성수대교붕괴는 지난 30년동안의 개발경제시대를 마감하고 선진사회로의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못하고있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지금으로선 언제 어떻게 우리가 지향하는 성숙된 사회로 진입할수있을지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방법에 있어서는 아직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이건만 정부는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고있다. 이제 정부나 공무원이 나라안팎의 모든일을 감독하고 관리하기엔 벅찬 사회요 경제규모이다. 때문에 정부의 반성과 함께 민간의 지혜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의 자본과 기술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부실방지대책이란 것을 보면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못하고있음도 읽을 수 있다. 부실방지대책내용은 특별법 새로운기구를 만들어 대응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얼핏보면 강력한 대책같기도 하지만 지극히 행정편의주의고 책임회피적인 대응이다. 이런 발상은 70년대에나 통했던 정책도구들이다. 대통령의 말이라면 무조건 지상명령(지상명령)이고 안되는 것이 없던 그런 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이다. 지금은 문민시대다. 현재의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관료는 30년전과는 다르다. 대통령이 화내는 모습은 많이 보았지만 바짝긴장하는 공무원의 모습은 예전처럼 찾아볼수가 없다. 싫든 좋든 이것이 문민시대의 한국적 시대상황이라면 시대상황이랄수도 있다.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고 특별기구를 만드는 것도 임시방편이 될수 있고 특별법에 따른 또다른 비리가 생겨 날수도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고쳐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모두들 정부가 내놓은 처방의 약효를 의심하는 것이다. 공사부실만해도 특별법이나 정부의 진단기관을 만들어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떻게하면 감리시장이나 유지관리사업의 시장규모를 키워 민간이 시장경쟁을통해 시설물의 유지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할 것인가에 정책이 초점이 모아져야한다. 감리시장의 개방문제만해도 그렇다. 감리가 제대로 되려면 능력있고 엄격한 제3자의 눈이 필요하다. 경험이 일괄한데다 학연,지연과 부패의 먹이사슬로 얽혀있고 우리 사회 풍토에서는 능력도,객관적 시각도 기대하기 힘든실정이다. 일부에서는 감리시장등 조기개방할 경우 국내 업계의 초토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산업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각과 재산보호는 더 중요한 문제다. 아직도 유치산업보호라는 70년대식 발상으로 업계를 보호한답시고 전면 개방을 머뭇거리는 동안 다리는 또다시 부실로 지어진다. 또 도로를 민간기업이 건설해서 통행료를 받고 주변개발까지 하도록한다는 민영화 민간자본의 유치라는 경제정책의 기조에서 본다면 정부가 발주한 시설물이라도 관리는 그것을 건설한 업체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건설회사에 무한책임을 지우자는 것이 아니라 건설이후 유지관리계약을 따로맺어 사정을 가장 잘아는 업체에게 맡기는 것이 최상책일 것이다. 그렇게되면 관리부실은 물론 부실시공도 완전히 근절될 것이다. 그리고 영세한 유지관리산업의 육성도 앞당겨질 것이다. 관공사를 따내려는 업체는 다투어 계열사나 사업부형태로 유지관리업을 키울 것이기때문이다. 정부가 스스로 안전을 진단하겠다는 발상은 이제 통하지않는다. 정부는 규모가 크지지않아 영세하고 기술이 모자라는 분야의 시장이 커질수있도록 예산등간접적인 뒷받침만하고 구체적인 것은 민간에 맡긴다는 생각으로 바꿔져야한다. 특히 정부공사의 경우 충분한 예산확보를 통해 성실한 시공이 이루어질수 있는 기본적 토양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물론 기업들로서도 불법하도급과 같은 부조리를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한마디로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바탕이 돼야만이 근본적인 치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민간의 자율기능이 제대로 정립될때만이 정부의 감독기능도 큰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게임의 한복판에서 이것 저것 다하겠다는 발상으론 절대로 이 실타래처럼 얽힌 복합화된 사회의 모순을 풀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자율과 창의가 뒷받침되고 정부의 충실한 심판자적 역할이 어울어질때 우리사회는 한걸음 앞서가고 선진화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당장 우려되는 것은 이번 성수대교 사고가 일과성 반성에 그치고 또다시 망각속에 묻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별법 특별기구의 성립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속에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