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제스트경제학] (100) 경제 경제학 경제학자..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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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수업중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일과 관련된 질문을 해도 좋다고 하면 으레 물어보는 것이 몇가지 있다. 대학시절의 청춘사업에 관한 질문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데 대해 만족하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솔직하게 말해 경제학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고 대답하면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교수까지 되어 가지고 자신의 전공에 대해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고하니 의아스럽기도 할 것이다. 누구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겠지만 공부라는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도저히 할수 없는 것이다. 공부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솔직하게 고백컨대 나는 경제학이든 무엇이든 공부란 이름이 붙은 일을 하고서 보람을 느낀 적은 있어도 삼국지 읽듯 재미를 느낀 적은 별로 없다. 누가 보아도 경제학은 어렵고 조금은 골치아픈 학문이다. 취직시험을 보는 사람이 자신의 전공 아닌 것중 시험준비에 가장 애를 먹는것이 경제학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공부하는 수준에서 경제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공부하는 요령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경제학은 논리적으로 따져 이해해야 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법조문 외우듯 암기로 해결하려드니 어렵지 않을수 없다. 이 점을 아무리 강조해도 초중고등교육의 12년을 암기로 지새운 우리 학생들의 굳어진 머리로는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 경제학이 어렵기는 하나 유용한 학문임은 부정할수 없다. 사람의 생활중 물질적인 측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경제가 돌아가는기본원리를 알아 두어야 할 필요성도 크다. 경제이론을 잘 안다고 해서 경제생활을 성공적으로 할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금융이론의 전문가가 주식에 투자해서 떼돈을 벌었다는 말은 결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합리적인 사고의 틀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는 경제학 교육이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할수 있다. 경제학자가 결혼이나 종교같은 일에 대해서까지 분석의 손길을 뻗친다고 분개할 필요는 없다. 이와 같은 일들을 오직 합리성의 잣대로 재는 것은 무리임이 분명하지만 그속에 경제적인 측면이 있음을 구태여 부정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경제학자가 결혼을 경제적으로 하고 종교도 경제적으로 믿으라고 설교하는것은 결코 아니다. 경제학자라고해서 인간의 합리성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중요성을 갖는다고믿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서 사물을 보면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 훨씬 더 커진다고 생각할 뿐이다. 전공으로 경제학을 선택한 것이 최선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학문을 선택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한번 매달려 봄직한 학문으로서 경제학을 꼽는데 조금도 주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