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정보망 보안대책 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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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기관의 컴퓨터망에 외국인 해커가 침입,기밀정보를 빼간 사건은 국제적인 컴퓨터범죄에 우리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수 없다. 더욱이 범행발생 5개월이 되도록 피해를 입은 기관이 한국원자력연구소인지 항공우주연구소인지 조차 아직 가려지지 못한채 서로 "우리는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국내에서도 컴퓨터에 의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2년7월 서울대 교육전산망이 파괴된 사건이 있었고 작년2월에는 한 재수생이 정권인수팀을 사칭,금융기관의 온라인망 구조를 알아내 휴면계좌의 예금을 빼내려던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국내기관에 외국인 해커가 침입해 기밀사항을 절취한 것으로 컴퓨터를 통한 국가기밀의 국외유출 범죄에 우리가 속수무책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르다. 더구나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세계최대의 통신망인 인터네트가 지난6월 국내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외국 해커들이 국내 정보통신망에 침입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완료단계에 있는 정부의 행정전산망도 해킹에 노출돼 있어 국가정보가 송두리째 도난당할 우려가 크다고 말한다. 따라서 정보통신망의 확대 못지않게 수록된 정보를 지키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해킹기법은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어 해킹을 완벽하게 방지하기는 어려우며 이는 선진국들도 똑같이 겪는 고민이다. 그러나 관심을 쏟는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이다. 우선 운용자와 이용자의 비밀번호 관리가 관건이 된다. 컴퓨터범죄란 모두가 이 비밀번호의 유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운용자의 비밀번호가 유출되면 마치 빌딩관리자가 마스터 키 꾸러미를 잃어버린 것과 같아 이것을 주운 사람은 빌딩내 모든 사무실을 제멋대로 헤집고 다닐수 있게 된다. 해커란 바로 이런 사람을 가리킨다. 정부로서는 컴퓨터범죄 수사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함은 물론 해킹에 대응하는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컴퓨터 최고급두뇌를 동원해 해킹기법의 발전추세를 면밀히 추적하면서 그때그때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통신 보안전문가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도 국가의 중요정보나 기술의 철저한 관리가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다는 관계자들의 보안의식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효력을 발휘할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