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연금제문제 공론화 필요하다

연금제도는 현대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는 사회보장제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선진국은 말할것없고 개도국들도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속속 도입하고 있다. 우리는 일찍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을 차례로 도입한데 이어 88년부터는 국민연금제를 시행함으로써 적어도 연금제에 관한한 선진국과 다름없는 틀을 일단 완성해놓은 처지다. 금년 6월부터는 은행 보험 투신회사의 개인연금상품 판매도 허용되었다. 그와 같은 연금제에 문제점이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다. 군인연금은 오래전에 벌써 기금이 고갈되어 매년 수천억원씩을 국고보조로 메우는 실정이지만 공무원연금도 이대로가면 10년뒤에는 바닥날 전망이어서 당국에서 개편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들린다. 국민연금기금의 경우는 여우기금의 운용문제가 논란되고 있다. 연금에따라 문제의 내용이나 정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금운용,즉 기금수지가 적자이거나 혹은 멀지않은 장래에 적자가 될 우려가 있는데서 제기되는 문제인 점에서는 같다. 그래서 갹출요율의 인상조정,지급개시연령의 연기,기금운용수익의 개선등 개편방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연금에 속하건 국민의 노후생활보장장치로서 연금제에 견줄만큼 확실하고 보편적인 것은 없다. 따라서 수혜자가 그걸 믿고 평소에 안심하고 일하면서 살수 있게해야한다. 그러자면 기금의 효율적인 운용,관리가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우리의 국민연금기금에 해당하는 사회보장기금이 창설 반세기만인 80년대초에 고갈되는 사태가 생겨 요율인상등 개선조치를 단행한바 있으나 우리의 경우는 너무 빨리 그와 같은 사태가 닥쳤고 또 우려되는 느낌이다. 결국 이런 현실에 대응하는 길은 정부와 각계가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인지하고 개편.개선방안을 공론화하는 것이라고 본란은 생각한다. 이해관계 집단의 저항과 반대목소리에 눌려 쉬쉬하고 만다든지,혹은 논의를 후일로 미룬다거나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며 특히 연금제의 생명이라고할 신뢰를 허무는 결과 밖에 안된다. 개편은 먼 장래를 염두에 둔,충분한 연구 논의결과로서 실현돼야 한다. 연금제는 정권이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또는 형편이 어렵다고 수시로 주무를 사안이 아니다. 또 한번 약속하면 후퇴나 불이익한 쪽으로의 수정이 힘들다. 그 점은 구미여러나라에서 익히 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최근 발생한 격렬한 시위는 한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우리 연금제에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면 덮어두지 말고 하루빨리 공론에 부쳐 해결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