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보고르선언의 실천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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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은 회원국별 무역자유화일정등을 담은 "보고르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제공동체로 발돋움할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언이 "자유무역협정"으로 발전되기까지는 숱한 장애를 극복해야 하겠지만 느슨한 협의체수준을 넘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에 이어 또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선언적 의미는 그 자체만으로도 크다고 할수 있다. 우리는 보고르선언이 역내 국가들의 교역과 투자를 늘려 경제의 세계화국제화를 가속시킬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를 크게 환영한다. 18개 APEC회원국들은 국민총생산(GNP)규모가 13조달러를 넘어 세계 GNP총액의 57%를 차지하고 수출증가율 또한 세계 평균치인 6%대를 훨씬 웃도는 10%대를 시현하고 있는,세계에서 가장 력동적인 국가들이다. 특히 한국의 전체교역과 해외투자에서 APEC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9%,77%에 달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이번 정상회담이 APEC를 지역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킬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은 우리정부의 입장에서 볼때 매우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보고르선언은 "협정"이 아닌 하나의 정치적 "선언"일 뿐,앞으로 "협력체"를 "공동체"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숱한 현실적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경제력과 경제발전단계가 각양각색인 회원국들의 상충되는 경제적 목표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큰 관심사이다. 미국은 APEC를 통해 일본주도의 아시아경제블록 방지와 아.태지역의 시장개방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자국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APEC의 공동체전환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국가들은 그들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의 기능이 약화될 것을 염려해 선진국주도의 공동체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같은 동상이몽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APEC는 지역경제블록의 강화와 더불어 세계무역자유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돼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APEC의 활성화는 특히 탈냉전이후의 새로운 국가전략모색과 함께 국제화 개방화를 통해 선진경제로의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한국에 기회와 도전을 함께 가져다줄 것이다. 수출지향적 공업화전략을 국가경영의 기조로 삼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해외시장확대 투자촉진 기술교류증진은 물론 쌍무적 통상압력을 다자간협상으로 돌리는데 APEC의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