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시드니구상 소식을 듣고

김영삼대통령의 순방외교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멀리 시드니에서 날아든 대통령의 세계화구상 발표소식에 접한 우리의 심경은 신선한 기대와 함께 일말의 당혹이 뒤따름도 감출수 없다. 좌절로부터의 돌파구를 바라는 것이 기대이고 새 구상이 그동안의 포부들과는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구체화될까가 궁금증의 대상이다. 오늘 김대통령이 귀국하면 구상의 진수가 좀더 드러나겠지만 보도를 종합해서는 전모를 파악하기 힘겹다. 우선 3개과제로 정확한 미래투시명확한 목표설정구체적 대책제시가,5대 방향으로세계경영 중심국가로의 발전정책과 인력개발제도와 인식의 개혁창의성정신및 인성의 중시라는 정리가 나오고 있을 뿐이다. 더 음미할때 다음세대의 강조에는 미래지향성이,세계경영 전략의 언급에는 대외지향성이 강하게 담겼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구상의 성격규정이 되면서 동시에 실현방법론이라고 볼수 있는 창의력과 인성의 중시는 특별한 주목을 끈다. 시드니구상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14,15일의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에서 김대통령의 활약은 컸다. 주요국 정상들과 사전 회담을 갖고 본회의에선 벽두 발제연설을 통해 화합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역내 무역개방의 시기결정을 둘러싼 선후진권의 대립에서 기대 이상으로 조정역을 잘 해낸 김대통령으로서는 능히 국정운용의 새 패러다임에 그치지 않고 세계경영 전략구상에까지 새 지평이 떠오를수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간다. 그러나 한편에서 새 정부가 출범후 2년가까이 대내외적으로 표방해온 여러가지 구상들,포부들을 막연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그것들과 이번 시드니구상과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의아해 할수 있다. 가령 개방시대 국제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다하자는 과제라든가,새시대의 변화를 이끌 개혁의 과제가 새 구상에서의 창의 인성 중시와는 보완적 관계인지,아니면 내외정책의 기조가 전혀 재구성되는 것인지,감잡기가 어렵다. 대통령도 이 구상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내각에서 내용이 짜여질 것이라고 했다. 국가경영이나 세계경영의 전략이 일조일석에 수립될만큼 쉬운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방향제시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 내용을 채울 내각이나 정부기관은 "무조건 하는 시늉만" 하는 것이어선 안된다.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하고 정 그럴 내용이 없다면 "없다"고 답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