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중기 상업차관허용이 갖는 의미

중소기업의 시설재도입을 위한 상업차관이 내년에 허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외국인 투자기업과 사회간접자본 투자참여업체의 상업차관도입을 내년부터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한바 있다. 중기의 상업차관허용은 18일 박재윤 재무부장관이 한국능률협회초청 조찬강연회에서 새로 밝힌 것이다. 중기에 대한 상업차관허용은 경기활황속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차관허용규모가 어느정도인지도 알수 없고,또 신용이 약한 중소기업이 은행등의 지금보증을 받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을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상업차관도입 우선권을 주는것은 일단 중기에 대한 배려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값싼 외자조달의 길을 터준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도입규모가 얼마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생색만 내는 셈이 된다. 과거엔 외자도입 그 자체가 일종의 특혜였다. 그러나 국제화와 기업경쟁력강화를 이야기하는 오늘날에는 외자를 그런 시각으로 볼수는 없다. 정부는 환율과 통화관리의 부담때문에 지난 87년이후 상업차관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상업차관은 특혜가 아닌 정상적인 금융행위다.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제화 개방화시대에 국내 금리보다 월등히 낮은 국제금리로 자금을 이용할 기회를 막아놓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다. 중기에 대한 상업차관도입허용이 과연 중소기업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것인가. 차관허용이 아니더라도 외화유입은 늘어나게 돼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기전에 통화관리를 강화하면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경기활황이 지속되고 전반적인 통화사정이 여유가 있는데도 중소기업은 돈가뭄으로 부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형편을 감안할때 차관도입허용이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할 가능성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차관도입 허용을 중소기업 지원책으로만 볼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관도입을 중소기업뿐 아니라 96년부터 대기업에도 허용한다는게 정부방침이다. 차관도입허용은 특혜가 아니라 국제화시대에 불가피한 자본자유화의 본질적 내용이다. 우리의 자본자유화수준이 동남아 경쟁국에 비해 크게 못미친다는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가 서둘러 자본자유화를 추진해도 경쟁국보다 뒤져있다는 말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은행차관을 더이상 받을수 없는 졸업국이 됐다. 과거 자본이 모자라던 시대 공공차관은 말할것도 없고 상업차관이 한국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자본부족을 메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싼 금리의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외자이용을 생각해야 하고 그 방법의 하나가 상업차관도입이다. 정부는 기업에 대단한 혜택을 베풀고 있다는 착각을 갖지 않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