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떠도는 뭉칫돈..이계민 <부국장대우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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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든간에, 또 어떤 종류의 것이든 "돈타령"을 한번쯤 안해본 사람은없을 것 같다. 그것도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모자라서 생긴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모자란다는 의미는 객관적기준이 아닌 주관적 판단에서 생긴 것이기는하지만. 어쨌든 최근 실시된 한국통신주식입찰을 계기로 뭉치돈들이 몰려다니는 것으 보면서 "돈이 많기는 많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국통신주식 경쟁입찰에는 입찰보증금만 1조4,490억원이 입찰업무를 맡은국민은행에 맡겨졌다. 보증금이 청약금액의 10%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주식청약에 동원할수 있는여유자금이 14조원을 넘는다는 계산이다. 실로 엄청난 규모가 아닐수 없다. 그것뿐이 아니다. 지난16,17일에 실시된 주식회사 보락의 실권주공모에서는 8억원어치의 주식을 파는데 1,140억원이 몰려 141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자본금을 늘리는 증자에서 기존주주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사지 않는 실권주를 다시 파는데 이같이 많은 돈이 몰린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않는 대목이다. 지난 16일부터 열흘간 예정으로 시작된 중소기업은행의 증자공모도 사흘만에 공모금액 1,584억원을 훨씬 넘는 1,847억원이 몰렸다고 한다. 뭉칫돈들이 몰려다니는 생생한 현장들인 셈이다. 몰려다니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정부와 은행 또는 기업이 파는 주식을 지금 사놓으면 값이 올라갈 것이고 그때가서 팔면 큰 차익을 남길수 있다는 계산이다. 높은 수익을 좇아 돈이 움직이는 것은 경제의 생리적인 현상이다.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돈이 몰려다니는 현상을 보면서 걱정스러움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이같은 청약열기가 자칫 "돈놓고 돈먹기"식의 과열양상이 아니가 하는점에서다. 주식을 사놓으면 당연히 놓은 차익을 남길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우험한 발상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들회사들은 대부분 성장성이나 건전성등 여러가지면에서 좋은 회사일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통신이나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주식을 거래소시장에 내다팔기 위해서는 상장이 이뤄지는 내년중반이후 까지 기다려야 한다. 과연 그때의 이들 주식값이 기대한 만큼 오를 것인가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는 일이다. 미래의 경제상황이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여건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또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면 요즈음 사자고 덤벼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때가서 팔자고 나올 것은 뻔한 이치여서 값이 떨어질여지가 크다. 자칫 잘못하면 차익은 커녕 손해를 볼 우려도 있다. "손해를 봐도 내가 보는데 웬 참견이냐"고 하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청약열풍은 결코 당사자들만의 일은 아니다. 경제전체에 주름살을 주고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온다. "돈놓고 돈먹기"식의 열풍이 만연되면 주식이든 상품이든 실제가치이상의 가격이 형성돼 거품을 만들게 한다. 이는 인플레로 연결되고 서민생활을 괴롭히게 된다. 한국통신주식청약자들중에는 은행돈을 빌려 청약을 한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보면 기업활동을 하거나 주식사는 것보다 더 급한 돈을 필요로하는 개인들의 돈쓸기회를 박탈하는 셈이다. 국가경제차원에서도 통화관리가 어려워진다. 당장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은행이 대출창구를 조이고 이로인해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돈벌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제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못된다. 돈의 흐름이 스스로 꼭 필요한 곳에 골고루 찾아갈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것은 정부정책의 몫이다. 주식공급뿐 아니라 매력있는 금융새상품을 개발해 부동자금을 금융기관으로끌어들여 이를 산업자금으로 재배분할수 있는 방안의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가뜩이나 내년부터는 외환규제가 많이 풀려 외국돈의 국내유입이 많을 것이라고 한다. 외국돈이 많이 들어 오면 그만큼 시중의 돈이 늘어나게 된다. 돈의 양이 늘어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외국돈을 우리나라돈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원화의 값이 올라가게 된다. 우리가 수출을 많이해 빌어온 돈들이 많아 무역흑자가 늘어나고 이로인해 우리나라 돈값이 올라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주식투자와 같이 생산수출등과는 무관하게 돈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우리나라 돈값이 올라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못된다. 떠도는 돈이 많아지는 것은 이러한 것 말고도 여러가지 부작용을 유발시킨다. 때문에 국가경제정책에 있어서 돈관리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의 떠도는 뭉칫돈을 보면서 내년도 통화관리가 무척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여 과거와 같은 투기열풍이 불고 또다시 거품이 생기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내년 상반기중에는 지방자치단체장선거도 있다는데..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