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정리정돈의 생활화..트로아조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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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낙엽이 지나 했더니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추위가 느껴져 온몸이 움츠러 든다. 겨울이 성큼 다가섰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급해지고 바빠진다. 생활이 바쁠수록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차분히 생각하고 자신과 주위를 정리정돈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생활이 반듯할때 사회가 반듯해지고 나라가 반듯해진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 넓게 쓰기" "효과적인 수납 아이디어". 요즈음 여성잡지에 자주 실리는 항목이다. 그런가 하면 다용도 정리함이라든지 신발정리상자, 좁은 공간에 많은 옷을걸수 있는 행어등의 광고도 쉽게 접할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정리정돈이나 집안꾸미기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표시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고 생활의 편리함 때문에 아파트 생활을많이들 하고 있다. 아파트에서야말로 한정된 공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벽장이나 창고같은 것을 구석구석에 설치함으로써버리기엔 아까운 허드레물건들을 집어넣고 정리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집안 구석구석을 잘 정돈하고 거실과 침실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청결한 분위기를 유지할수 있고 기분도 맑아진다. 집안의 잡다한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을때 집안일도 손쉽게 할수 있고 시간도 절약할수 있게 된다. 미국에 지점을 오픈하면서 자주 미국에 드나들게 되고, 또 그곳에서 많이 생활하게 되면서 그곳 주부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부지런하고 합리적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미국에는 신발보관이나 옷정리를 위한 기성품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그곳 주부들은 나름대로 자기 환경에 맞는 디자인의 용품들을 사다가 옷장이나 신발장에 부착해서 정리정돈을 하고 있다. 헌옷 문제도 그렇다. 그들은 1년에 한번씩 반드시 옷장을 정리해 주는 일을 습관처럼 하고 있다. 미국여성들에게 어떻게 옷장을 그토록 말끔히 정리정돈하고 사느냐고 물어 본적이 있었다. 물론 그들은 옷을 구입할때도 많이 생각하고 계획하여 구입한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태도는 우리가 놀랄 정도로 지독하지만 1년에 한번씩옷장을 정리하면서 안 입는 옷을 골라내 구세군통에 넣어 보낸다고 한다. 구세군통은 구호물자를 모으는 간이 레이션으로 마을마다 적당한 거리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들은 이 통에 넣는 옷도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하여 헐벗고 불쌍한 사람을돕는데 쓰여지도록 모두가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획적인 구매와 절약하는 태도, 주변과 생활공간을 정리정돈하여 청결하게유지하는 부지런함, 남을 도와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이들의 생활태도는 우리들이 배워서 생활화해야될 부분이다. 이러한 일들의 실천이야말로 바로 자신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인다고 했듯이 어수선한 곳에서는 생각도생활도 어수선하고 두서없이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자기 주변을 깨끗이 정리정돈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큰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