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선진국진입과 세계화..김세원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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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성수대교 참변을 보면서 가졌던 느낌중의 하나는 선진화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성실한 자세로 맡은바 책임을 원칙대로 수행하고 자기계발을 위하여 최선을다하는 국민성이 뒷받침될때 국가발전의 기반이 형성된다. 또 바람직한 사회실현을 이상으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특유의 문화를바탕으로 모두의 지혜와 창의력을 모울수 있는 분위기가 축적되어 나가야만선진국의 목표를 이룩할수 있다. 물론 선진국 개도국의 구분은 상대적인 의미를 가질수밖에 없다. 단순히 소득이나 공업화수준등 특정기준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스스로 선진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예를들면 저소득국인 일부 동유럽을 가보면 단지 2차대전이후 "원하지 않은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잘살지 못하고 있을뿐 국민의식 사회간접시설이나 문화적 축적등 사회인프라면에서 선진화되었음을 알수있다. 반면 일부 자원보유국은 비록 높은 소득을 누린다 하더라도 결코 선진국이라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한국이 그간 급속한 성장과 공업화를 실현해 왔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숨가쁜 경쟁의 결과라고도 할수 있다. 따라서 이제 차분히 우리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발전모형을 모색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세계화"의 취지도 따지고 보면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하여 거쳐야할 하나의 과정이라고도 할수 있다. 한국은 기술 자본 문화 무역등 대외교류의 확대를 통하여 국제적 비중을 더해가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 급속히 발전하는 세계화추세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또 이를 활용할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 내부적인 혁신을 과감히 추구해야만 선진사회로 이르는 조건을 충족시킬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화와 관련하여 다음의 몇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세계화가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국가나 정부의 역할도 동태적으로 변하지 않을수 없으며 또 이를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국가의 역할은 대내외적으로 민간부문이 국익을 실현할수 있도록창의와 경쟁력 배양을 유도하는 여건의 형성을 최대한 지원해 주는데 있다. 이와함께 세계화의 추진이 보편성을 강조하기는 하나 우리 고유의 가치관을여기에 맞추어 더욱 승화시킬수 있도록 활용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다음 경제 사회및 문화등 제측면에서 국가간 상호의존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상은 그만큼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UR의 타결,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 그리고 가까이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기능강화는 경제적 국경이 점차 사라지고있음을 대변해 준다.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발전과 같은 지역주의적 경향도 병행되고는 있으나 긴 안목에서 볼때 국제거래의 자유화는 하나의 대세라고 판단된다. 이 자체를 한국경제의 발전에 유리하도록 수용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같이 세계경제도 통합됨에 따라 한국경제의 입장에서는 다변적 테두리내에서 합의된 게임 규칙에 맞게 국내 규범,법,제도나 틀을 정비해야 한다. 또 쌍무적 관계에서 개별 국가별로 지속적인 협력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함께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이나 해외시장 진출의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체제정비가 요구된다. 그 이외 세계화 추세가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경쟁력 제고에 있다고 본다. 국내외 시장구분이 점차 없어짐에 따라 경쟁력의 강화만이 기업이 생존할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볼때 전반적인 국가운용의 틀을 쇄신하지 않고서는 세계화의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사회전체의 의식전환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한마디로 국가경쟁력의 제고로 요약되는 제도및 질서의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요청된다는 현실도 간과할수 없다. 여기서 다시 되풀이 하지 않거니와 그동안 논의되어 온 과제들을 더이상 미룰수 없는 시점에 와있다.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하여 결코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무엇보다도 필수적인 것은 경제 사회발전의 기틀을 확립하기 위하여 방향을 분명히 정하는 일이다. 일단 국가운용의 비전이 제시될수 있다면 정책의 수행은 뒤따르게 마련이다. 개혁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끝으로 한국이 선진경제의 문턱에 와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이러한 도전들이 세계속에서 한국이 누릴수있는 적절한 기회를 늦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면에서 세계화의 촉진은 선진국 진입에 기여하는 하나의 계기사 될수있다. 여건의 흐름에 부응하여 질서, 제도 그리고 의식을 혁신하는 것이 세계화를뒷받침하고 선진경제를 앞당기는 첩경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