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방] 안정적 돈줄 .. "통합시금고를 잡아라"

"통합 시금고를 잡아라" 지방은행들과 농협간의 싸움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싸움의 대상은 통합시금고. 내년에 35개 시와 34개 군이 35개 시로 통합됨에 따라 69개의 시.군금고도 35개로 통합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시.군금고를 각각 분할해서 관리해 왔던 지방은행들과 농협은 통합시금고를 취급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내딛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지방은행들과 농협간의 한판싸움은 정확히 "장군멍군"이다. 통합시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기선제압의 선수를 치고 나선 곳은 농협. 농협은 시.군통합이 확정된이후 각종 홍보자료를 지방자치단체와 관련기관에 보내 통합시금고의 농협유치를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3공화국시절 박정희대통령이 내렸던 "군금고는 농협이 관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지시를 원용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통합시금고를 농협이 담당토록 해달라"는 내용으로 하는 농림수산부장관명의의 협조공문을 도지사에게 발송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어 지난 8일엔 "농협저축발전방향에 관한 심포지움"을 개최, 통합시금고의 농협유치가 당연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초반 밀리는 기색이 역력하던 지방은행들은 지난8월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지난8월 "농림수산부장관명의의 협조요청공문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 이름으로 발송한 것을 계기로 10개 지방은행들은 연대투쟁에 나섰다. 지난 25일엔 10개 은행장들이 만나 관련기관에 협조요청문을 보내고 상호공조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이같이 지방은행과 농협이 이전투구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통합시금고유치에 매달리는 것은 시금고가 가진 엄청난 매력 때문. 시금고는 시의 각종 재산을 예치해 놓은 곳이다. 따라서 낮은 금리만 부담하고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활용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 앞으로 지방자치시대에 대비하려면 해당 지역의 시금고를 관리하는게 지역주민에 대한 이미지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현재 통합대상 군금고는 모두 농협이 관리하고 있다. 반면 통합될 시금고는 지방은행(19개) 중소기업은행(1개.진주시) 농협(15개)등이 분할해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농협이 관리하는 15개시지역금고는 통합이 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합이 치열한 곳은 바로 지방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19개시금고. 지난6월말현재 이들 19개 시금고의 예금잔액은 5천4백5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통합될 18개 군금고의 예금잔액 억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통합시금고의 관리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수천억원의 예금을 뺏어올수도 빼앗길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지방은행과 농협이 내세우는 논리도 팽팽하다. 지방은행들은 통합시금고를 자신들이 관리해야 하는 당위성으로 지방은행이 지역금융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다 지방화시대에 따른 지역개발사업을 위한 산업자금조달능력이 뛰어나고 금융기법등 금융전문성이 농협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농협은 이에대해 농협의 점포망이 지방은행들에 비해 많은데다 현재의읍면지역에도 점포가 있어 지역주민이 공과금등을 납부하는데 도움이 되고 지역은행으로서 지방에서 조성된 자금을 해당지역에 투자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은행과 농협-. 이들이 통합시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내세우는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팽팽한 접전이 판가름날 날도 이제 불과 한달 남짓 남았다. 통합시금고의 관리주체를 선정하는 곳은 통합시의 자치단체장이다. 내년1월부터 통합시가 출범하는 만큼 12월하순경에는 승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정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기관의 손이 최종적으로 올라가야 한다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