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5백94억원짜리 입찰관련소송서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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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이 5백94억원짜리 입찰관련 소송에서 한 무명건설업체에게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지창권 대법관)는 3일 강산건설(대표 박재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점촌-문경간 도로확포장공사"낙찰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강산건설이 낙찰자임을 인정한다"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리고 국가의 상고를 기각했다. 도로공사 발주처인 조달청은 이에따라 5백94억원에 도로공사를 진행할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이 소송은 이 도로공사 입찰에 나선 40개 건설업체가 특정 건설업체에 낙찰되도록 하기위해 모두 6백94억원을 써넣기로 했으나 강산건설이 입찰내용서 앞장에 6백94억원이라고 써넣은 뒤 맨뒷장에 5백94억원이라고 정정기재, 낙찰받으면서 비롯됐다. 조달청은 강산건설이 변칙적으로 입찰한 것이므로 입찰무효라고 결정, 2차입찰을 실시했다. 2차입찰에서도 강산건설은 아주 낮은 가격인 3백50억원을 써넣어 일단 낙찰받은 뒤 "1차입찰이 유효하다"며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1심인 서울민사지법에서는 강산건설의 행위를 변칙적인 정정방법이라며 낙찰자가 될 수 없다는 조달청의 주장을 인정, 강산건설에 패소를 안겼었다. 그러나 2심법원인 서울고법은 "앞장에 직접 정정날인하지 않고 뒷장에 별도의 정정내용을 첨부한 것을 변칙이라고 볼 수 없다"며 "1심이 입찰무효로 판단한 것을 잘못"이라며 1심결과를 뒤집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주목됐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서울고법의 해석을 대부분 수용했다.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정정할 곳에 직접 횡선을 긋고 정정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이같은 통상의 정정방법과 달리 강산건설이 입찰금산출내역서 1페이지의 금액을 고친 정정금액을 내역서 맨끝장에 기재한 것으로 입찰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강산건설의 정정금액과 투찰금액이 결국 같았고 강산건설이 당초 다른 업체와 담합했으므로 정정의 유효성과 관계없이 입찰무효라는 피고측주장은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조달청은 입찰실시때에 엄청난 분량의 입찰내역서전체를 면밀히 뒤져 입찰금 정정부분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하는 업무부담을 지게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