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문화계 결산] (2) <음악> 국악공연 부진/클래식 대중화

올해는 우리의 음악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한해였다. "국악의 해"였음에도 불구, 국악에 대한 일반국민의 관심은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그에 비해 해외유명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은 어느해보다도 많은 청중들로 붐볐다. 또 팝스오키스트러음악회 기업음악회등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회가 성황을 이루었다. 한국연주자들의 해외콩쿨입상소식도 잇따라 우리음악인들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한해가 됐으나 창작음악 작곡부문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 94년 음악계의 최대이슈는 "국악의 해"성패여부.국악의 현주소를 확인하고우리음악의 잠재력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국악계의 내분과 정부정책의 소극성등으로 인해 별다른 소득 없이 한해를 보냈다. 특히 정부와 국악계 모두가 사전준비 소홀로 국악진흥을 위한 장기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한채 일회성행사만 나열했다. 그 결과 국악에 대한 일반의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하는데 실패한 것은 문민시대 문화예술정책의 허술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악공연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과 달리 대중가요와 클래식음악을 접목한 이른바 "크로스오버음악회"는 일대성황을 이뤘다. KBS의 "열린음악회"와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팝스오케스트라음악회"등으로대표되는 이같은 음악회는 대중가요와 팝송 클래식소품등을 함께 들려줌으로써 폭넓은 청중을 확보했다. 쌍용그룹 삼성전자등이 주최한 기업의 임직원초청음악회와 주택은행 조흥은행 필립모리스 쌍방울등이 주최한 고객사은음악회등 기업의 문화지원 형태로 마련된 음악회 또한 올들어 부쩍 늘었다. 특히 예술의전당과 수원시향이 공동개최한 청소년음악회 세계의음악여행시리즈는 9회동안 전석이 매진되는 성공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우리가곡과 이태리음악을 적절히 혼합해 마련한 조수미독창회의 대성공 또한 크로스오버음악회의 인기를 입증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크로스오버음악회"의 확산은 클래식음악에 대한 잠재수요가 엄청남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같은 절충형식에만 의존할 경우 초보자들에게 쉽고 널리 알려진 가벼운 음악만을 선호하는 편식성취향을 갖게 하는 역기능도 묵과할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1년내내 가동되면서 오페라와 뮤지컬 악극등 새로운 총체예술문화를 창출한 것도 올해의 특기사항이다. 오페라만 해도 종래 한해 5-6편이 고작이었던 것에 비해 무려 15편의 오페라가 올려져 국내 오페라 발전에 청신호를 보냈다. 특히 지난4월 프랑스 바스티유오페라단이 공연한 오페라 "살로메"는 5회공연에 1만명이상이 다녀가 국내오페라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바스티유오페라단이 7월 일방적으로 지휘자 정명훈을 음악감독직에서 해임, 음악팬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안겼다. 우리음악가들이 해외유명콩쿨에서 연이어 입상한 것도 것도 94년 음악계가올린 성과중의 하나이다. 7월 소련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콩쿨에서 제니퍼고(바이올린), 백혜선(피아노)씨가 입상했으며 10월의 로스트로포비치콩쿨에서는 첼로의 장한나가 1등을 해 전세계음악인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음악계의 영원한 숙제인 창작음악 작곡은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창작음악을 모아 연주하는 창작음악축제를 기획하는 곳도 나타나지 않고 창작인을 위한 지원도 전무한 상태가 이어졌다. 외국작곡가들이 국악을 바탕으로 한 창작곡을 발표한 것은 어려운 상황속에서 거둔 성과로 꼽힌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