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여행] 세도와 표계산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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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중 베스트셀러를 컴퓨터업계에서는 "킬러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프트웨어는 워드프로세서다. 워드프로세서는 소위 3대 OA용 프로그램인 표계산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보다 평균 10배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가 가장 먼저 보급된 미국에서는 각종 계산을 간편하게 해주고 수입 지출등을 관리해주는 표계산 프로그램이 킬러 프로그램 역할을 한다. 표계산 프로그램은 개인과 기업의 수입 지출 관리와 각종 통계를 빠르게 처리하는등 그 필요성은 워드프로세서와 맞먹는다. 애플컴퓨터가 처음으로 8비트 개인용 컴퓨터를 내놓았을때 최고 매출을 기록한 것은 "비지칼크"라는 표계산 프로그램이었다. IBM PC용 소프트웨어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도 "로터스 1-2-3" "쿼트로 프로" "액셀"등 표계산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상하게도 이 프로그램이 맥을 못춘다. 투명하지 못한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이중 장부"때문이다.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곧이 곧대로 계산해 정직하게 나타내는 표계산 프로그램은 부정이 판치는 현실에서는 별로 효용성이 없다. 내부용과 대외발표용 장부가 다른 상황에서 장부의 조작과 고의적인 누락등을 어김없이 집어내는 표계산 프로그램은 오히려 골칫거리일 뿐이다. 컴퓨터로 자료를 만들면 유사시에 폐기등이 어렵고 인위적인 삭제는 흔적이 남기 때문에 돈계산은 여전히 수작업이 낫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표계산 프로그램의 판매액은 그 사회의 정직함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PC보급이 확대되고 정보시스템이 갖춰져도 사회가 맑지 않으면 표계산 프로그램의 사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을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쓰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갖춰질때 세도와 탈세자들이 발붙일 곳도 사라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