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산재권분쟁조정위에 거는 기대

지금까지 우리기업의 주요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상품의 품질및 가격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선진국의 추세로 보아 이같은 관심사가 멀지않아 산업재산권 쪽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설비투자확대와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라 상품의 품질과 가격은 별 차이가 없게 된 반면 세계무역기구(WTO)출범과 더불어 기술선진국과는 물론 국내 기업간의 산재권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침 특허청이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특허.상표등 산재권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돕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를 내년 1월부터 설치 운영키로 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업계의 부단한 기술개발노력에 힘입어 세계 7위의 산재권 다출원국가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간은 물론 외국 기업과의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93년만 해도 특허청에 접수된 심판청구 건수가 4,775건으로 10년전보다 배이상 증가했다. 산재권분야의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최근 5년간 분쟁을 경험한 기업이 전체기업의 56.2%나되고 그중 소송경험이 있는 기업이 18.4%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기술선진화가 될수록 분쟁 또한 많아지게 돼 있다. 이제 산재권 문제는 기업활동에 관련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특히 기술후발국인 우리 기업들로서는 선진 외국기업들이 설치해 놓은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 아닐수 없다. 물론 법적 해결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래의 심판.재판을 통한 분쟁해결은 상품및 기술의 수명이 짧아 재판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쟁송의 실익이 없어지는 폐단이 컸던게 사실이다. 또 쟁송에 따르는 복잡한 절차와 과다한 비용,기업비밀의 누설등도 기업에 큰 부담을 주어왔다. 이같은 부담이 조정위원회라는 재판외 간이 분쟁처리제도의 도입으로 크게 줄어들수 있다면 그보다 다행한 일이 없을 것이다. 다만 조정위의 운영에 있어 강조하고 싶은 점은 쟁송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이 제도를 편리하게 이용할수 있도록 특별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조정위가 단순한 분쟁조정 역할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처럼 분쟁당사자들을 기술파트너 관계로 엮어 기업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적극적 역할까지도 수행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번 분쟁조정위 설치가 산재권을 둘러싼 기업간 적대관계를 완화시키는 한편 갈수록 복잡다기화 되고 있는 산재권분야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