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에도 "세계화바람"..해외지점 설치/유명화랑과 교류

화랑가에도 세계화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가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화랑들도 "우물안 개구리식 경영"에서 탈피하고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각 화랑들이 그간 주력해온 국내작가의 발굴과 소개만으로는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미술애호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판단, 앞다퉈 해외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는 것. 해외에 지점을 설치하는가 하면 외국화상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상호교류전을 계획하는 화랑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프랑스파리, 미국뉴욕.LA, 일본동경,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의 유력화랑에는 한국화상들의 발길이 부쩍 잦은 것으로 전해진다. 6~23일 "표현-독일의 새로운 미술"이라는 이름의 독일신표현주의작가전을 열고 있는 서울청담동 갤러리이즘(대표 김종찬)은 프랑스의 필체화랑,독일의 베르너화랑등 유명화랑과 제휴, 상호교류전을 추진중이다. 필체화랑과는 연3~4회 정기교류전을 통해 황창배 김종학 김인겸 조성묵 한용진씨등 국내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파리에 소개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또 베르너화랑과도 손을 잡고 95년3월 신표현주의의 대표적작가인 펭크,4월 네덜란드의 퍼키르 케비, 5월 독일의 시그마 폴케, 9월 프랑스의 플립등유명작가들의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베르너화랑의 주선으로 내년중 독일의 아헨,오스트리아 빈등 5곳에 있는 세계적사설미술관 루드빅콜렉션에서 한국작가의대규모그룹전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10월하순 프랑스파리의 보부르화랑과 계약, 퐁피두센터근처에 상호출자형식의 "갤러리가나-보부르"를 개설키로한 가나화랑(대표 이호재)은 개관전으로 95년2월25일 조지 시갈, 앤디 워홀, 탐 웨슬만, 세자르등 8명의그룹전을 연다. 국내화랑으로는 처음 파리에 지점을 개설하는 가나화랑은 내년중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파리에서 유학 또는 활동한 작가들의 자료와 작품을 책으로 출판하는 한편 가나보부르화랑에서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갤러리현대와 박영덕화랑 역시 해외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영덕화랑은 미국LA의 브리저 그레이화랑, 일본동경의 아케다 이케다갤러리, 스위스바젤의 화랑등과 상호교류전을 협의중인 상태. 박영덕씨는 "이탈리아의 평론가 조르지오 디제노바씨를 통해 이탈리아와의상호교류전을 추진중에 있다"면서 "상호교류가 확정되면 한국작가로는 문범안성금 황호섭 문인수씨등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10월 프랑스의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의 전시회를 열었던 갤러리현대(대표 박명자)는 내년2월 미국작가 존 미첼의 작품전을 여는 것을 비롯 내년중 세자르 아르망등 세계유명작가들의 전시회를 잇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그간 젊은작가전을 주로 열어온 갤러리이콘(대표 임창현)도 내년에는 뉴욕의 한 화랑과 계약, 연1~2회씩 해외작가전을 여는등 세계화흐름에 발맞춰 운영방침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화랑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미술을 국제무대에 널리 알리는 동시에 외국작품의 빠른 소개등으로 국내작가들에게 자극을 줄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