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지렛대로..북, '헬기 정전위 논의' 왜 거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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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헬기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지역에서 격추돼 승무원중 1명이 사망하고 1명은 생존이 확인되었음에도 북한당국은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미국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여 평양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측은 주한미군측이 요구한 군사정전위와 비서장회의는 거부한채 중령급의 연락관접촉에만 응하면서 "조사중이다" "정보가 없다"등 이 문제에대한 논의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태도가 우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해 온 북한이 이번 사건을 "호재"로 미국에 대해 직접대화를 요구한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군장성이 정전위 수석대표를 맡으면서 회의를 거부해 온 북한으로서는휴전의 당사자인 미국을 상대로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논의하는데 이번 사건을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그런가하면 북한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설대화의 필요성을 미국에 인식시켜 연락대표부설치등 핵문제합의사항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진행시키려는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다른 분석은 정권교체기의 과정에 있는 북한이 이번 사건을 대내적으로 크게 선전, 주민들에 대한 전시분위기조성등 체제유지차원의 정치적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거 북한은 이같은 사건이 터졌을 경우 정전위 소집을 요구, 미국을 강력히 비난하는 자세로 나갔을 것이 분명하다.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선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평양에 체류중인 빌 리처드슨미국하원의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고위당국자들과 정치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처리문제를 놓고 북한내부에서도 강온파간의 의견대립이 있는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는데 북한측의 최종대응결과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