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증시 이슈] (3) 작전 기승
입력
수정
지난 9일 극히 이례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는 자료가 증권거래소를 통해 배포됐다. "6일 현재 연중 최저가보다 2백%이상 급등한 40개종목중 30종목이 작전설등 불공정성 풍문이 있다. 22개 종목을 심리중이며 8개 종목은 증권관리위원회에 통보했거나 통보할 예정이다" 작전종목의 실체를 확인해 줬고 매매심리설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종목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격이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다른데 있었다.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증권거래소가 심리때 활용하는 "작전종목 사례분석"을 노출시켰다는 점이다. 감독기관이 "장사밑천"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작전종목이 기승을 부렸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가 네자리시대에 다시 접어든 94년,증시에는 "명"뿐아니라 "암"도 존재했다. 조정기였던 7월,10-12월에 작전종목이 판을 친 것도 그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94년의 증시여건이 작전장세를 잉태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상반기의 블루칩중심 주가차별화는 어떤 형태로든 반작용을 예고했다. 블루칩에서 엄청난 이익을 거둔 투자자들은 웬만한 시세에 만족못하는 "시세불감증"에 감염,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됐다. 기관화가 진전,중소형주들은 기관매수세에 따라 단기급등을 연출했다. 주식시장외에 대체수단이 마땅치 않기때문에 거액의 일반투자가들이 유입됐고 이들은 수익율을 극대화하려는 기관들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내부정보에 밝은 업체 관계자도 이해관계가 일치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대세상승기인 올해 증시에서 "한건"못하면 신분상승은 영원히 물건너 간다는 인식이 증권계에 팽배해 타오르는 작전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작전에 따른 수익에 비해 처벌은 조족지혈이란 인식,금융실명제 실시로 조사가능성이 희박해 진 점도 "갈때까지 가보자"는 배짱심리를 초래했다. 실제 증권감독원은 지난 9월 증시사상 처음으로 시세조정등 불공정 거래혐의로 로케트전기를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과는 별무다. 세력 규합은 쉽고 이익이 보장되지만 제재는 별것 아닌 우량한 작전환경이 조성됐던 셈이다. 이때문에 증관위에 통보또는 통보예정인 8개 종목은 올해 저점대비 고점 상승률은 6백84%를 기록했고 대영포장은 무려 23.48배나 됐다. 작전의 수단이 무지막지한 사재기가 아니라 재료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자산가치나 신제품 개발능력을 찾아서 투자하는 종목발굴의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올해 사례에 비춰볼때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작전은 계속될 것이란게 증권가의 일치된 시각이다. 또 작전성 급등주는 시장주도주가 되기 힘들고 시장혼조세가 끝날 경우 옥석이 가려질 것이란 예상에도 이견은 없다. 따라서 주가버블이 꺼질때 투자자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증시에 상대적인 빈곤감을 만연시켜 증시건전화에 암적인 요소가 된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적을수록 주가조작이 쉽다는 점을 들어 주식분산 요건을 강화하고 펀드별로 일괄적으로 5%인 종목한도를 자본금 크기에 따라 차등화하며 공시번복및 내부자거래 기한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상급등이 작전에 의한 것인인지,본질가치 반영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결국 94년 증시는 감독기관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두고두고 해법을 찾아야할 난제를 던져 놓았다. "작전과 종목발굴,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