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독립 운용묘가 더 중요"..홍재형 재경부총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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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형 초대 재정경제원장관은 23일 취임후 첫기자회견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은 법과 제도문제보다는 운용의 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장관은 대기업정책과 관련, "기업의 자율적판단을 존중하고 기업간경쟁을 활성화하는게 바람직하나 경제력이 너무 집중되지 않도록 기업들이 스스로 비진출업종리스트를 만들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외환자유화를 당초계획보다 앞당겨 시행하고 예산기능도 가급적 각부처에 위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홍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재정경제원을 맡게 된 소감은.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대통령의 세계화구상에 맞춰 경제가주도적역할을 하고 재경원이 경제세계화의 견인차가 되도록 목적의식을 갖고업무에 임할 생각이다. -내년도 경기전망과 경제운영방향은. 경기가 현재 상승국면에 있고 내년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성장문제는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해외원자재값과 국제금리가 오르고 국내임금도 상승하고 있어 경기가과열될 우려가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오는96년에 고물가와 저성장을 내용으로 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은데 상승국면이 장기화되도록 내년에 통화증가율등 거시지표를 올해보다 하향조정해 견실한 성장을 이룰수 있도록하겠다.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정부기능도 상당히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인데. 기업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환경을 부여하는 것이다. 금융.외환자유화를 종전계획보다 앞당겨서 추진하고 정부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예산기능도 자원배분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한 부처에 위임할 방침이다. 동시에 재경원이 군림하지 않고 서비스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할 것이다. -재경원이 비대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산실을 총리실등 다른 부처로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개방화가 진전될수록 정부가 할수 있는 정책은 제한을 받는다. 예컨대 외화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게 되면 통화정책 하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재정 환율 세제등이 조화롭게 기능해야 한다. 이같은 정책수단들은 재경원이 함께 갖고 있어야 효율적으로 대응할수 있고 바람직하다고 확신한다. 내년에 경기확장국면이 지속되고 과열조짐이 있는데 재정.통화기능을 함께 갖고 있어야 직접적인 행정규제 없이 물가안정을 이룩할수 있다. -한국은행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여야가 합의했는데. 기본적으로 세계화와 선진화를 기하려면 경제체질을 구조적으로 안정시키기는게 급선무인데 이는 통화 하나만으로 이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3년내에 물가상승률을 3~4%로 안정시키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재경원은 통화가치및 경제체질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재경원과 한국은행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문제는 법적.제도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운용의 묘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에서 한은독립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합의한만큼 경제팀이 구성되는대로 충분히 연구.검토해서 결정할 계획이다. -대기업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대기업정책은 어떤 패러다임을 갖고 추진할 계획인가.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기업의 자율적판단과 경쟁을 존중하고활성화시키는게 기본원칙이다. 경제력집중문제는 공정거래법에 의한 출자총액한도와 상호지급보증한도를 통해 해소할 계획이다. 다만 경제력이 너무 집중되지 않도록 광범위한 분야로 다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일부는 전문화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스스로도 업무다각화에 대해 진출자제업종 리스트(Negative List)를만드는등 결의를 보여주고 부당한 내부거래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자제해야 한다. -기획원과 재무부라는 이질적조직이 통합돼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심의촛점인데. 물리적인 통합보다는 시대적인 요청에 따라 새롭게 출발한다는 점에서 기획원사람과 재무부사람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재경원을 창립하는데 주도적역할을 한다는 인식전환이 요청된다. -양부처 사람들을 섞어서 인사를 한다는 얘긴가. 한꺼번에 모두 바꾸기는 어렵다. 경제정책을 이끄는 중요한 자리는 나눠서 한뒤 점차 섞는 쪽으로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처음 출범하는 것인만큼 칸을 막는 것은 좋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