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당] 이건산업, 남태평양 초이슬섬 독점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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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솔로몬군도의 초이슬섬은 원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곳이다. 제주도의 2배만한 크기에 6만명의 원주민이 사는 이곳은 도로가 거의 없고주 교통수단이 커누인, 문명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이 지역에 지금부터 3년전인 91년말 승민기념병원이라는 현대식 병원이문을 열었다. 합판업체인 이건산업이 20병상규모로 설립한 이 병원은 원주민에게 더없이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말라리아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이 치료를 받아 생명을 찾는등 그동안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가 거의 2만명에 이른다. 80명의 아이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이건이 이름도 낯선 초이슬섬에 병원을 세운 것은 "현지화가 곧 세계화"라는 기업경영전략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전략으로 삼림개발 단판생산등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내외업체를 불문하고 상당수의 나무관련업체들이 환경보호라는 거센 풍파속에서 자원확보를 제대로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자원개발과정에서 현지인과 마찰을 빚는 것과는 달리 현지인과 돈독한 유대관계속에서 원목을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이건이 이지역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 합판산업의 장래는 원목확보에 달려 있다고 보고 미개척지인 이 지역을개발키로 하고 8년동안 교섭끝에 88년 벌채권을 따냈다. 벌목은 91년부터 시작했지만 이미 88년에 솔로몬군도에 공익법인인 이건재단을 설립, 월2만달러씩 출연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등 현지인과 친숙하게 사귀기 시작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벌목지역엔 많은 양의 묘목을 심는 식목사업을 병행했다. 또 6명의 병원의료진은 원주민에게 모든 치료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솔로몬군도정부는 연간 8만세제곱m이던 벌목량을 올핸 12만세제곱m로 늘려줬고 초이슬섬의 개발에 군침을 흘리는 외국업체들이 많은데도 이건에 대해서만 독점개발권을 주고 있다. 이 섬에서 개발한 원목의 25%는 자체 제재공장에서 쓰고 나머지는 전부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또 내년엔 월3천세제곱m의 단판을 생산하는 공장도 지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건은 작년에 인수한 칠레 단판공장과 앞으로 진출할 중국 러시아에서도 이같은 현지화전략을 쓸 계획이다. 이건의 장문영사장은 "많은 한국기업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가 해외진출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며 기업의 해외투자나 세계화는 이익을 공유하고 현지인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맺는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