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에게 듣는다

[[[ 대담 = 문중식 ]]] 한-중간 정기항공노선이 건국후 처음으로 지난 22일 개설됐다. 대한항공은 이날부터 북경노선에 A300-600기를 투입, 매일 운항체제에 들어갔으며 24일에는 청도와 천진노선을 개설했고 27일부터는 심양노선을 날게된다. ''인생의 길'' 대부분을 ''수송외길''에 종사해 왔음을 강조하는 조중훈 한진그룹회장은 또 하나의 길을 뚫은 셈이다. 중국은 조회장이 스물다섯살이었던 지난 45년 인천을 근거지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때 교역파트너로 겨냥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중항로 개설이 평생 숙원이었던 조회장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를수밖에 없다. 지난 12년간 한-중항로 개설에 열의를 보여온 조회장을 대한항공 회장실에서 만나 그간의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항공의 중국취항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시지요. 조회장 =중국은 젊은 시절에 대륙 곳곳을 다니며 사업에의 꿈을 키웠던곳입니다. 넓은 대륙속에 무언가 커다란 기회가 도사려 있는 듯한 느낌을 갖고 있었기때문에 이번 취항에 더욱 애착이 갑니다. -조회장께서는 중국과 특히 인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더군요. 조회장 =지난 83년 중국 민항기가 춘천에 불시착했던 것을 말씀하시는모양인데... 당시 민항기를 인수하기 위해 내한한 중국항공당국의 최고 관리였던 심도총국장을 알게되어 양국간 항공협력에 큰 디딤돌이 됐습니다. 만 12년에 걸친 끈질긴 집념의 결과로 지금에 와서 우리 비행기로 중국땅을 밟게 됐나 봅니다. -취항기념으로 탑승자들에게 특별선물도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조회장 =생수 3병을 선물로 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먹는물 사정이 안좋다는 옛날의 체험이 떠올라 직접 지시했지요. 당분간은 계속 생수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한-중 항공관계수립은 어떤 의의가 있습니까. 조회장 =민족 동맥으로서의 우리 영역을 넓히고 동북아 지역의 항공주도권 장악과 전세계적인 항공노선망을 ''지름길''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큰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한-중노선은 미주 유럽지역을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고비사막을 거쳐 유럽지역으로 가는 노선이 뚫리는 계기로 봐도 되겠습니까. 조회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되겠지요. -북한은 모든 나라의 민항기에 영공을 개방한다고 했습니다. 남북한 항공노선이 곧 개설될수 있을까요. 조회장 =여러가지 여건이 해결돼야 남북한 항공노선 개설이 가능할것으로 봅니다. 그 시기는 더욱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내년도 대한항공의 노선망 확장계획은... 조회장 =우선 한-중국교 수립으로 중단된 대만노선을 복구할 계획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및 애틀랜타, 중국 북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지에화물기 취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세계 대형항공사들은 90년이후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 반해 대한항공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조회장 =무리한 노선 확대 전략보다는 차근차근한 내실위주 경영을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저조한 이유는 과도한 운임경쟁과 무리한 노선확대때문이지요. -한진그룹이 지향하는 종합물류업이란 무엇인가요. 조회장 =수송 하역 포장 창고와 이를 연결하는 정보를 함께하는 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을 하나의 시스템에 의해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종합물류의 특징입니다. 물류사업은 원가절감뿐아니라 국민들이 편리한 생활을 할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수 있지요. -한진그룹은 지금까지 주로 수송분야에만 전념해 왔더군요. 제조업분야를확대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조회장 =소비재 생산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다만 항공기제작 선박건조와 같이 수송수단을 위해 필요한 업종은 꾸준히 확대해 나갈계획입니다. -한진그룹의 세계화전략은 무엇입니까. 조회장 =전세계의 수송/정보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종합 네트워크구축이지요. 해외 금융업체와의 업무제휴나 현지 법인설립을 적극 추진할 전략도 수립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한진그룹의 모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조회장 =세계적으로도 흔치않은 육/해/공의 수송능력을 바탕으로 초일류물류및 정보종합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물류 수송 부가가치통신망사업 물류정보 컨설팅 사업을 전문화하고 항공기 선박 철도 차량 등 수송기기분야 제조업을 더욱 전문화해 나갈계획입니다. 또 수송및 물류관련 금융종합서비스를 시작해 그룹의 사업을 전반적으로재구축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야기가 좀 빗나갑니다마는 고 박정희대통령으로부터 대한항공공사인수요청을 받고 여러번 거절하셨다던데. 조회장 =국영 대한항공공사는 경영상태가 워낙 부실해 정부가 나한테인수하라는 부탁을 여러차례 했지만 그때마다 정중히 거절했지요. 그러던중 68년 여름 박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에서 독대할 기회가있었습니다. 이때 박대통령께서는 ''부탁이 있는데 꼭 들어달라''고 말씀하시더군요.박대통령은 ''재임기간중에 국적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들이 한번 하는게소망이다'' ''월남에서 휴가 나오는 우리장병들이 외국비행기를 타야하기때문에 외화가 낭비되고 있다''며 항공공사를 맡아 줄 것을 요청했지요. 이런 요청에도 내가 묵묵부답으로 있자 박대통령은 ''국적기가 나는 곳에국력이 뻗치는 것이 아니냐''며 인수를 재삼 요청해 결국 그 자리에서 인수를약속했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체면까지 거론하며 부탁하는데는 더이상 거절할 수가없었지요. -올해로 한진그룹이 창업50년을 맞는군요. 그동안 기업활동을 하면서가장 보람이 있었던 점과 후회스러웠던 일은. 조회장 =빈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육/해/공 종합수송기업을 일궈냈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83년과 87년 두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여객기가 격추당한 일은지금까지 가슴아픈 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어떤 말로 설명할수도 위로받을 수도 없는 일이지요. -회장께서는 지금까지 특히 여자문제에 대한 스캔들이 전혀 없었는데어떻게 그럴수 있었습니까. 조회장 =스캔들이란 남들이 만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업에는최선을 다해 몰입하되 가정에도 충실해야 한다는게 나의 인생관입니다. 그동안 한눈 팔 겨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고희를 넘기시고도 정정하신데 특별히 건강유지의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조회장 =젊은 시절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대식가였지만 이제는절식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야채해장국과 비빔밥을 즐겨 먹습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나 할까... 고충이 생길때일수록 여유로운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고생을 하지 않은 사람은 기업을 할 자격이 없다고 늘 말씀해 오신 것으로알고 있는데 고생을 전혀 해보지 않은 2세들은 어떻게 교육시키고 계십니까. 조회장 =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긴 밤을 울며 새우고 춥고더운 것을 겪어 본 사람만이 인생을 얘기할 수 있다'' 2세들에게 내가 고생했을 때의 얘기를 여러차례 했으니까 잘들 알고있겠지요. 결국 실천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회장께서는 해외여행을 누구보다 많이 하셨는데 가장 인상이 깊었던여행지와 앞으로 여행하고 싶은 곳은. 조회장 =인류문명의 발상지중 한 곳인 이집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고들 하지 않아요. 비행기를 타고 1만m 상공에서 내려다본 나일강과 피라미드는 신비롭기그지 없었습니다. 또 중국 화북지방에서 신강 파미르 이란고원을 거쳐 지중해에 이르는실크로드를 따라 여행하며 그 옛날 동서문화가 교류했던 흔적을 찾아보고싶은 욕심입니다. -경영철학및 기업관은 무엇입니까. 조회장 =사업은 예술과 같다는게 저의 평소 생각입니다. 예술가의 혼이담긴 작품은 세월이 갈수록 아름다움을 더해 가듯 기업도 기업인의 혼을담아 독창적으로 개발하고 육성해야 하는 것이지요. 진실한 예술가는 모방하지 않듯이 남이 해서 성공한 사업에 뛰어들어훼방놓는 모방사업은 하지 않는다는게 나의 기업관입니다. 그리고 사업은 신용을 잘 지키고 타이밍을 맞춰 추진하는게 중요합니다.기회는 우연히 다가오는게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고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며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해외여행때 속옷을 손수 세탁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직도 손수 빨래를하십니까. 조회장 = 옷을 내 손으로 빨아 입는 것은 월남(베트남)에서 사업할 때얘기지요. 월남이 더운 나라 아닙니까. 그래서 아침에 갈아 입은 셔츠를 입고 잠시 일을 해도 땀이 차게 마련이지요. 손님 만나는 자리에 땀이 밴 옷을 입을 수는 없어서 자주자주 빨아 입어야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빨곤했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이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십니까. 조회장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사람과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실내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6시부터 한시간 가량은 독서와 사업구상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7시쯤아침을 먹고 출근하고 퇴근은 특별한 약속이 없는한 오후 6시에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6일자).